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로 오는 6월까지 북미 8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한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19일(현지 시각) 전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포드 공장을 방문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지원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가동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5월 들어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보릿고개’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가동 중단에 따라 포드의 주력 모델인 스포츠카 머스탱, 픽업트럭 F-150, SUV 브롱코 스포츠 등이 생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가동 중단 일정은 공장마다 다르지만, 바이든이 찾은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은 5월 말부터 2주간,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은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2개월 가까이 휴업한다.

반도체 품귀 현상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현대차는 5월 들어 울산 1~5공장을 돌아가며 멈춰 세우고 있고, 일본 도요타는 다음 달 3~8일 일본 내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넉달 치 반도체 부품 재고를 쌓아두며 생산 차질을 최소화해 온 도요타도 6월부터는 반도체 재고 부족 사태를 피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품귀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절반 이상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생산·공급하는데, 최근 대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면서 공장 운영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9일 자정부터 방역 조별 운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인력 절반만 출근시키는 코로나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외부 인원 출입은 차단됐고, 회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TSMC의 방역 성공 여부에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걸렸다”고 전했다.

미 금융사 SIG 조사에 따르면, 4월 기준 반도체 칩 주문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17주로 2017년 이후 역대 최장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차량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전력 관리 반도체 칩의 리드타임은 지난 3월 20주에서 한 달 만에 24주까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