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전례 없는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장 가동이 멈추고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인기 차종은 신차보다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20년식 기아 카니발(4세대) 모델은 중고차 평균 시세가 4167만원으로, 신차 가격(4105만원)보다 60여만원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카니발은 현재 신차 출고 시 최소 6주 이상 기다려야 하며, 특히 전동 트렁크와 같은 편의 사양을 추가하면 최대 15주까지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전동 트렁크 기능을 구현하려면 반도체 부품이 필요한데, 수급이 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차 매매 브랜드 AJ셀카는 “이달 중고차 거래량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시세가 지난 4월과 비교해 6.1% 올랐다”고 전날 밝혔다. 카니발의 인상률이 28%로 가장 높았고, 제네시스 G80(26%), 기아 쏘렌토(10.7%), 현대차 투싼(8.9%) 순으로 이어졌다. 모두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긴 모델들로, G80은 2~3개월, 쏘렌토는 4~6개월, 투싼은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달 미국 중고차 평균 가격은 3월보다 10% 올랐다. 중고차 매물 수가 1년 전보다 50만대 이상 줄어들며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13년 만에 최고 인상 폭(4.2%)을 기록한 건 중고차 값 급등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품귀 현상이 최소 상반기, 늦으면 연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중고차 가격 상승은 올해 일시적인 현상이니 구매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재고가 다시 쌓이고 가격이 내려갈 때를 기다리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