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달린 기계’였던 자동차가 최근 전기차 시대를 맞아 ‘거대한 전자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기계식으로 작동했던 장치들이 하나둘씩 전자식 제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바늘이 달린 계기반이 디지털 LCD로 바뀌거나, 에어컨 작동 버튼이 터치 스크린으로 대체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자동차의 핵심 기계 장치인 운전대까지도 바퀴와 물리적 연결 없이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바로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 by wire)’ 기술이다.

운전대와 두 바퀴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 개념도. /만도

‘바이 와이어’는 전기신호로 작동시킨다는 의미다. 일반 자동차의 운전대가 축을 통해 두 앞바퀴와 연결돼있는 구조라면, ‘스티어 바이 와이어’의 운전대는 바퀴와 분리돼있다. 전기신호를 통해 바퀴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운전대의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 고속도로나 특정 구역에서는 운전대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이때 운전대를 자동으로 서랍 안으로 들어가게끔 하거나, 조수석으로 밀어낼 수 있게 설계할 수 있다. 운전자가 자유롭게 책도 보고 영화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운전석을 180도 뒤로 돌려 차를 사무나 여가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는 자동차 전동화의 끝판왕 기술”이라고 말했다.

볼보는 이런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 시대를 대비해, 작년 10월 운전대를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실내 설계를 특허 출원했다. 이렇게 되면 꼭 자율주행차가 아니더라도, 운전석이 왼쪽인 나라와 오른쪽인 나라에 같은 차를 판매할 수 있다. 종합부품사 만도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로 올 초 ’2021 CES’ 혁신상을 받았다. 만도의 이 기술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가 채택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