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인천·대전에선 택시 지붕 위에 ‘빈차’라고 쓰인 갓등 대신 디지털 광고판이 붙은 택시가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이 광고판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모토브의 임우혁(46) 대표는 “택시는 큰길부터 골목까지 도시 모든 곳에 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옥외 광고 플랫폼”이라며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다양한 광고가 가능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모토브는 택시용 디지털 옥외 광고판을 제작해, 택시에 무료로 달아주고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임 대표는 “택시의 운행 데이터를 뜯어보니 주행 시간의 90%는 시속 30㎞ 이내 길 가장자리 차선 주행이었다”며 “보행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최적의 광고 플랫폼인 셈”이라고 말했다.
모토브 광고판은 광고 내용을 위치·시간에 맞춰 다르게 내보낼 수 있다. 임 대표는 “택시의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위치 정보를 파악, 큰길에선 대기업 광고, 골목에선 동네 맛집 광고, 쇼핑가에선 할인행사 광고 등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모토브를 창업한 임 대표는 지금까지 서울 400대를 포함, 전국 택시 1000대에 광고판을 달았다. 올해 안에 3000~4000대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모토브는 광고 수익 중 일부를 택시 기사와 나눈다. 택시 기사는 광고판을 다는 것만으로 월 11만~15만원 정도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모토브는 현재는 광고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유동인구·공기질 등 ‘도시 데이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광고판 안에는 32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달려 있어, 거리 밝기·유동 인구수·미세먼지 농도 등 다양한 도시 환경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모토브는 작년 인천에서 골목길의 밤 시간대 조도량을 측정, 주변보다 유독 어두운 골목길의 위치를 파악했고, 이 데이터를 인천시에 넘겨 가로등·CCTV 추가 설치 등을 이끌어냈다. 최근엔 서울·인천 등에서 도심 내 시간대별 소음 수준을 측정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소음 저감 장치를 적재적소에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 대표는 “골목길 구석까지 누비는 택시만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 더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