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각) 2040년 내연기관 트럭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탈(脫)탄소 교통 계획’을 공개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탄소 배출 주범이라고 했던 내연기관 트럭의 판매 중단을 당초 2030년에서 2040년으로 10년이나 미뤘다. 자국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속도와 충전소·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 같은 현실적 장벽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요국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

반면 EU(유럽연합)는 14일(현지시각)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핏 포 55(Fit For 55)’ 입법안에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65% 줄이고, 2035년엔 아예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루 사이 벌어진 영국과 EU의 엇박자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주도하는 유럽 내에서조차 전기차 전환 정책을 두고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내에서도 제각각... 대혼돈

실제로 지금까지 유럽 주요국이 내놓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일정표는 모두 제각각이다. 가장 급진적인 노르웨이가 2025년이고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이 2030년으로 청사진 면에선 유럽 내 선두 그룹이다. 반면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제조 강국들은 한발짝 뒤로 물러서 있다. 프랑스는 2040년을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EU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좀 더 오래 지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프랑스는 르노그룹과 스텔란티스로 대표되는 프랑스 자동차 산업, 그리고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EU의 전기차 가속 정책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이 지난 2016년 발의됐지만 연방하원을 통과하지 못해 법안이 계류 중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다임러·BMW 등 주요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에 발 맞추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도 제각각이다. GM·볼보 등 일부 완성차 업체는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규제에 맞춰 완전히 전기차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도요타와 현대차 등 다른 일부 업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신중하게 목표를 세우거나 최대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035년엔 전기차만? 실현 가능할까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작년 11월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신차를 무공해차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만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의 공식 방침은 나오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로 가는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으로 본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내연기관차가 아직은 핵심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데다, 배터리 공급 불안, 충전소 부족 등의 문제로 전기차의 빠른 보급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이유에서 전기차 전환에서 가장 신중한 편이다. 현대차는 2040년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신차는 전동화 모델(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로만 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2040년 하이브리드차까지 생산 중단하겠다고 한 일본 도요타보다도 더 늦은 일정이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일부 국가들이 전기차 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신재생에너지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며 “내연기관차에 쓸 수 있는 탄소 중립 연료, 탄소 포집 등 다양한 대안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전기차로만 가야 한다는 극단적 정책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