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 10억달러를 돌파하며 분기 실적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매출 119억5800만달러(약 13조7590억원), 영업이익은 13억1200만달러(약 1조5100억원), 순이익 11억4200만달러(약 1조3140억원)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순이익은 1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추정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테슬라 vs 현대차 2분기 경영실적

테슬라의 선전은 특히 중국에서의 판매 호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테슬라가 생존 능력에 대한 의문을 지우고 선두 주자로서 위치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전기차 시장 선점에 치열한 원가절감까지

테슬라는 2분기 세계 시장에서 20만130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9만891대)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2분기 테슬라 매출 중 자동차 부문 매출은 102억1000만달러(약 11조8000억원)이며,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이 무려 28.4%에 달했다.

테슬라는 분기 실적 발표 때 지역별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조사 업체 마크라인에 따르면, 2분기 테슬라는 중국에서 약 9만2000대를 팔아 지난해 2분기보다 판매가 3.1배나 늘었다. 미국 내 판매 대수(약 6만8000대)보다 더 많았다.

여기에 치열한 원가절감 효과가 더해져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테슬라의 대당 생산 원가는 매 분기 낮아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제조 공정 혁신과 부품 통합 등의 원가절감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 10억달러를 돌파하며 분기 실적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테슬라의 대당 생산원가는 작년 2분기 약 4만7000달러(5400만원)였는데, 올 2분기엔 약 3만2000달러(3700만원)로 하락했다. 모델S·모델X 등 값비싼 고급차 생산이 없기도 했지만 전기차 설계를 단순화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게 주효했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판매 차종이 4종으로 적고, 부품도 최대한 통합·공유해 조립 공정이 단순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슬라는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딜러에게 판매 보상금(인센티브)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고장 수리도 대부분 원격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진행해 수리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테슬라는 지금껏 주 수익원이던 탄소배출권 거래 이익이 전분기보다 크게 줄고(5억1400만달러→3억5400만달러),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시세 하락으로 2300만달러(약 265억원)의 손실을 봤다. 하지만 제조 부문의 선전으로 이 모두를 상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테슬라는 “전 세계적 반도체 부족과 항만 정체 같은 공급망 문제가 2분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3분기 반도체 공급난과 물류난이 해소되면 실적이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도 사상 최대 실적은 냈지만...

현대차도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난 30조326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최근 7년 새 가장 높은 1조886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2분기 103만대를 팔며 테슬라보다 5배나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순이익 지표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현대차로선 풀어야 할 숙제다. 2분기 전기차 판매량만 비교했을 땐, 현대차 판매량(5만5836대)이 테슬라 판매의 30% 수준이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6.2%)은 전통 완성차 업계에선 평균 이상이지만, 테슬라에는 크게 뒤진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에 대해 “내연기관차 중심의 생산과 공급망 시스템이 낳은 고비용·저수익 구조를 탈피하고 전기차 판매를 늘려가야 미래차 시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주가뿐 아니라 실적 면에서도 전통 완성차 업체와 비견되는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미래차 경쟁의 판이 더 넓어졌다”며 “현대차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기차의 품질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