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작동중인 모습. /블룸버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의 운전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6일(현지 시각) 전했다. 조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2% 급락한 686.17달러에 마감했다.

NHTSA는 이날 공개된 문건을 통해, “지난 2018년 초 이후 발생한 테슬라 자동차 11건의 사고·화재로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며 “모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또는 교통인식 크루즈컨트롤 기능이 켜진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토파일럿은 차가 차선을 감지하고 조향과 제동을 돕는 운전 보조 기능이다. 교통인식 크루즈컨트롤은 차가 스스로 앞 차와의 간격을 지키며 차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NHTSA는 발표문에서 “충돌 사고 대부분은 해가 진 이후 발생했으며, 사고 현장에는 비상 조명이나 도로 원뿔 같은 장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주로 카메라 센서로 주변 교통 상황을 감지해 주행하는데, 날이 어두워지자 카메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사고가 났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NHTSA는 2014년 이후 생산된 테슬라 전 차종 76만5000대에 대해 운전자가 필요할 때 차량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 작동화면. /테슬라

이번 조사는 테슬라의 신뢰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구글 웨이모·GM 크루즈 등의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해 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FT는 ‘NHTSA가 본격 사고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테슬라에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테슬라 사고 조사를 주도해왔던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달리, NHTSA는 완성차 회사에 리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NHTSA가 오토파일럿의 작동 방법을 바꾸거나 작동 가능한 시기·장소에 제한을 가할 경우,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다른 완성차 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주행 보조장치(ADAS)와의 차별성을 잃게 된다. 오토파일럿은 테슬라 고객의 주요 구매 결정 요인 중 하나였는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사는 테슬라의 향후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최근 오토파일럿을 개선, 차량이 조금 더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풀 셀프 드라이빙’(FSD) 기능을 월 199달러(약 23만원)에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미국에 출시했는데, 신기능의 근간이 되는 오토파일럿 기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구독 사업도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NHTSA는 “현재 양산차 중 어떤 차도 차가 스스로 운전할 수는 없다”며 “모든 자동차는 항상 인간이 직접 운전해야 하며 차 작동에 대한 책임은 인간 운전자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