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신형 전기 SUV 모델 ‘볼트EUV<사진>’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고 18일 밝혔습니다. 한국GM 홈페이지에서 견적 받기부터 계약·결제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테슬라식 판매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영업 직원의 반발로 온라인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영업 직원들은 차를 팔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데, 완성차 회사가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자신들의 수익이 줄기 때문입니다. 한국GM 역시 이번 온라인 판매에 앞서 판매를 담당하는 대리점 협의회와 적잖은 갈등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3가지 논리를 앞세워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먼저 ‘박리다매’입니다. 볼트EUV는 결제까지는 한국GM이 맡고, 출고와 탁송은 대리점이 합니다. 대리점들로선 오프라인 판매보다는 대당 판매 수입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는 언제 어디서든 차를 팔 수 있어 판매 대수를 늘릴 수 있고, 그만큼 전체 수익은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판매가 가격 정찰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점도 설득 포인트였습니다. 한국GM이 차 가격을 정해두긴 하지만, 대리점 중에선 수수료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싸게 많이 팔려는 곳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대리점 간 출혈 경쟁을 막자는 데에는 대리점 협의회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절박함’ 입니다. 한국GM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가 채 안 됩니다. 수년 전 300여 곳 수준이었던 한국GM 대리점 숫자는 최근 200곳 미만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상황을 바꾸려면 현대차·기아가 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것이 온라인 판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글로벌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가 아니라 내수 시장에서 고전해 온 한국GM이 이를 앞장서 도입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대차·기아가 지금은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그 때문에 절박함을 잊고 안주하다간 시장 경쟁 구도에서 주도권을 놓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