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9일(현지시각) ‘AI 데이’ 행사를 열고 인간과 거의 흡사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 봇’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이날 행사에서 현재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시스템을 위해 개발중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원리를 공개했다. 또 이 알고리즘 연산을 수행해줄 수퍼컴퓨터 ‘도조’(Dojo)의 개발 상황과 이 안에 들어갈 반도체 실물도 공개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술을 자동차를 뛰어 넘는 곳에 적용할 것”이라면서 테슬라봇 이미지와 스펙을 공개했다.

테슬라가 19일(현지시각) AI데이에서 공개한 '테슬라봇' 특징. /테슬라 AI데이 캡처

테슬라는 인간의 뇌와 같은 사고 구조를 가진 ‘인공신경망’(Neural Net)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컴퓨터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예측이 뛰어나다”며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했다.

테슬라는 AI가 다양한 도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이미지로 보여줬다. 테슬라는 3개월 전부터 레이다를 없애고 카메라 8개만 갖고 자율주행 기술을 구축중이다. 카메라는 사람 눈처럼 실사 그대로를 보기 때문에 이것만 있어도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른바 ‘퓨어 비전 시스템’이다.

테슬라는 인간의 두뇌를 작동시키는 신경회로망 원리를 알고리즘에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 AI데이 캡처

테슬라 AI는 8개의 카메라가 수집한 이미지 정보를 연결해 실제 도로 상황과 거의 같은 가상 이미지를 순식간에 만들어내고, 이 이미지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을 수행하게 된다. 차량과 차선, 사람, 동물, 표지판과 신호등 등 주변의 모든 대상에 이름을 부여하는 ‘오토 라벨링’이 수기 작업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가능해진다. 테슬라는 고속도로나 일반 도로 뿐 아니라, 맞은 편에서 차가 들어오는 좁은 골목길이나 사람과 동물이 차와 혼재돼있는 로터리 같은 복잡한 길에서도 운전이 가능한 AI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은 차량에 달린 8개의 카메라가 수집한 8개 이미지 조각들을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 주변 상황을 하나의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테슬라 AI데이 캡처

테슬라는 또 이런 알고리즘을 수행할 도조 수퍼컴퓨터 성능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퍼 컴퓨터 5대 중 하나”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도조 컴퓨터를 위해 ‘D1′이라고 부르는 반도체를 자체 개발했다. 이 칩은 초당 36T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갖고 있는데, 이런 칩 3000개를 조합하면 초당 100경번 연산이 가능해진다. 테슬라는 지난주에 이 칩으로 알고리즘을 돌려보는데 성공했으며, 내년에 도조가 실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도조 컴퓨터를 통해 전세계 100만대 이상 깔린 테슬라 전기차로부터 수집한 막대한 양의 도로, 주행 데이터를 분석하게 된다.

테슬라가 개발중인 수퍼컴퓨터 '도조'에 탑재되는 D1칩들. /테슬라 AI데이 캡처

‘테슬라 봇’에는 이런 고성능 컴퓨터가 심장 부위에 탑재되고, 머리에는 카메라가 장착된다.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 사양은 키 172cm, 무게 57kg에 20kg 정도의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이동 속도는 시속 8km 정도다.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미래엔 노동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한 기술자는 “자동차는 이미 로봇”이라며 “왜 사람 모양으로 만들지는 않는지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테슬라봇 심장에는 D1칩으로 구성된 고성능 컴퓨터가 탑재되고 머리에는 카메라가 달린다. /테슬라 AI데이 캡처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봇을 내년에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수 없이 신기술 개발 시기를 연기해왔던 머스크 행보를 감안하면 테슬라 로봇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테슬라는 행사 말미 “우리팀으로 합류하라”(Join our team)는 메시지를 남기며, 전세계에서 AI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