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화재가 이어졌던 전기차 ‘볼트EV’ 모델에 대해 사실상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GM은 20일(현지 시각) “2019년 이후 생산돼 북미에서 팔린 볼트EV와 파생 모델인 볼트EUV 7만3000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밝혔다.
당초 GM은 2017~2019년 생산분(약 6만9000대)에 대해서만 배터리 모듈 부품을 교체하는 리콜을 해왔는데, 이번에 리콜 대상을 최신 생산분까지 확대한 것이다. 볼트EV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덩어리 부품)로 조립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한국 등 북미 외 지역에서 팔린 볼트EV도 점진적으로 리콜하면, 리콜 대상 차량은 총 1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배터리 모듈 교체에 드는 비용이 당초 8억 달러(9468억원)에서 최대 18억 달러(2조1303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른 LG 측의 추가 손실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볼트EV 전량 리콜, 화재 원인은 아직 안 나와
GM은 2017년부터 북미에서 최소 3건 이상의 볼트EV 화재가 발생하자, 작년 11월 처음 리콜을 결정했다. GM은 당시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을 때까지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자, GM은 올 7월 배터리 모듈 교체를 결정했다. GM 측은 “배터리 셀에서 두 가지 ‘드문 제조 결함’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결함이 발생한 배터리 모듈을 교체하는 식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GM 조사에선 2019년 이후 생산분에서도 제조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콜 대상 차량이 확대된 이유다. GM은 새로 리콜 대상이 된 차량에는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업데이트를 하고, 이후 정밀 진단을 통해 결함이 발생한 배터리 모듈을 교체할 방침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GM과 LG 측이 합동 조사하고 있다. 덕 파크스 GM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은 “소비자 안전에 초점을 맞춰 모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원인 규명에 앞서 선제적으로 리콜을 결정했다는 의미다. 한국GM 관계자는 “미 본사가 리콜을 결정한 만큼, 국내에서도 절차에 따라 곧 리콜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 추가 손실 불가피, ”리콜 적극 협조할 것”
로이터는 이날 ‘GM이 LG로부터 리콜 비용 배상 약속을 받아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비용 분담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GM이 홀로 떠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GM이 배터리 모듈 교체를 결정했을 때는 리콜 비용 8억 달러를 감안, LG전자가 234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10억원의 리콜 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LG 측은 “고객사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후 비용 분담률과 충당금 액수가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 코나EV 리콜 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7:3 비율로 분담금을 책정했지만, GM 측이 배터리 결함으로 몰고 갈 경우 LG가 책임져야 할 분담금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공급업체에 책임을 물을 경우 설령 억울해도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배터리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