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도요타는 자신들이 추진해 온 수소 상용차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2023년까지 미국 켄터키 공장에 수소 연료 전지 모듈 생산 라인을 구축, 미국 상용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물용 대형 트럭 ‘XL시리즈’에 탑재해 2024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수소 연료 전지는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이끌어 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차의 엔진 역할을 한다. 이렇게 생산된 ‘XL 수소 트럭’은 도요타가 생산하는 첫 수소 트럭이 될 전망이다. 도요타는 수소 승용차·수소 버스 등은 만들고 있지만, 아직 수소 트럭 양산차는 없었다.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 트럭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디젤 트럭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 트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수소 트럭을 보유한 현대차와 수소 트럭 개발에 속도를 내는 다임러·도요타 등이 초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현대차는 유럽·중국, 도요타는 미국 먼저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업체 중 수소차 양산 기술을 확보한 곳은 현대차·도요타·다임러 정도다. 현대차는 실제 수소 트럭을 양산해 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업체다.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기반으로 한 수소 트럭을 세계 최초로 양산, 작년부터 스위스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수소차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이에 맞춰 현대모비스는 최근 충주에 이어 청라·울산에도 수소 연료전지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중국 광저우에서 연료전지를 직접 생산하고, 내년 중국에서 수소 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투자사 JP모건은 “2050년 중국 내 트럭 시장에서 수소 트럭 점유율은 33%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다임러는 지난해 9월, 첫 수소 트럭 콘셉트카인 ‘젠H2’를 공개했다. 완충 시 1000㎞를 달릴 수 있는 대형 트럭으로, 유럽 내 물류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다임러는 이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3월엔 수소전지 사업부를 떼어 내, 스웨덴 볼보 트럭과 합작사 ‘셀센트릭’을 설립했다. 이 회사에서 수소 연료전지를 양산, 2025년부터 수소 트럭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미국 시장을 먼저 공략 중이다. 미국은 지난 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 미국 내 신차 판매 50%를 친환경차로 팔겠다”고 선포하면서, 친환경 트럭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도요타는 시제품으로 개발한 수소 트럭으로, 일본 도쿄 인근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만에서 식음료·물류업체들과 협업해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왜 하필 수소 트럭일까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 트럭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미래 화물 트럭으로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물 운송용 중·대형 트럭은 보통 차 무게가 20t(톤)쯤 되고, 그 무게만큼 되는 짐을 싣고 다닌다. 전기 트럭으로 40t을 움직이려면 고출력 배터리를 많이 탑재해야 하는데, 배터리 탑재량이 늘면 트럭이 더 무거워지면서 오히려 힘이 떨어지고 주행거리도 짧아진다. 현재 볼보 등이 선보인 전기 트럭의 완충 후 주행거리는 200~300㎞ 정도다. 반면 수소 트럭은 배터리보다 가벼운 수소탱크만 몇 개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최근 전기 승용차 수요 급증으로 배터리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전기 트럭을 생산할 여력도 없다. 테슬라는 2017년 대형 전기 트럭 ‘세미’를 공개했으나, 배터리 공급량이 부족해 아직도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충전 시간도 수소차가 유리하다. 전기 트럭의 배터리 탑재량은 최소 300kWh로, 승용차(60~100kWh)의 3~5배다. 고속 충전을 해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 반면 수소 트럭은 10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 트럭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비싼 가격이다.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 트럭은 대당 가격이 7억원 안팎으로, 디젤 트럭(1억8000만원)의 4배 정도로 비싸다. 수소 연료전지 등 각종 부품이 고가이기 때문이다. 또 수소는 ‘폭발 위험성’이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각종 안전장치로 사고 확률을 낮췄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연료인 수소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소의 90%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다”며 “수소 트럭이 진짜 친환경차가 되려면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는데, 비용·기술적 한계로 2030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