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한다. 현대차는 2일 ‘제네시스 비전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2025년부터 신차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그동안 전기차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탄소 중립’ 목표를 2035년 조기 달성하고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일 제네시스 전기차 전환 비전인 '퓨처링 제네시스'를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의 모습과 제네시스가 2030년까지 출시할 전기차 8개 차종의 스케치 디자인을 합성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전기차·수소차만 판다

이날 발표는 2015년 11월 제네시스 출범식 이후 6년 만에 제네시스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발표 영상에서 “제네시스는 치열한 여정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며 “제네시스는 또 다른 담대한 여정의 시작점에 서 있으며, 이제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재훈 사장(CEO)과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CCO·크리에이티브 총괄)이 제네시스 친환경 콘셉트카 엑스와 함께 나와 대화 형식으로 제네시스 비전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당장 4년 뒤인 2025년부터 신차를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30년엔 엔진자동차를 접고 배터리 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만 판매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차는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궁극의 친환경차”라며 “듀얼 전동화 전략으로 2035년 탄소 중립을 조기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만으로 구성한 8개 라인업을 완성하고, 연간 판매는 올해의 2배 수준인 40만대로 확대한다. 제네시스는 지난 7월 G80을 개조한 G80 전동화 모델을 첫 전기차로 출시했고, 지난달엔 전용 플랫폼 기반 첫 전기차 GV60을 공개했다.

이날 제네시스는 미래차에 적용될 디자인 방향도 공개했다. 앞뒤 차문이 서로 마주 보고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스테이지 도어’, 앞좌석이 회전하는 ‘스위블 시트’, 한국의 온돌을 본뜬 바닥 온열 시스템 등이다. 영상 말미에는 도심 항공기도 등장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라는 법인을 설립해 2026년 도심 항공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서둘러 시장 선점

다음 주에는 현대차 전체의 전동화 전략도 공개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2040년까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전 차종을 전동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6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터쇼 IAA에서 이보다 진전된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이제 막 캐시카우(현금 창출) 역할을 하기 시작한 제네시스를 고비용 전기차로 급격 전환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대차가 전기차 기술에 자신감이 붙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재훈 사장은 이날 “고출력·고성능의 차세대 수소 전지와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을 범용화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제네시스 브랜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규모를 늘리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차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2~3년 후 출시될 전기차의 가격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