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개막한 IAA2021 벤츠 부스에 취재진이 몰린 모습./AFP연합뉴스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 뮌헨에서 세계 최대 모터쇼 IAA(독일국제자동차전시회)가 6일(현지 시각) 개막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4대 모터쇼’ 중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올해 ‘IAA 모빌리티’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그에 걸맞게 자동차뿐 아니라 미래 이동 수단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경연장으로 변모했다.

자동차를 전시한 전시관 8개관 중 내연기관차를 전시한 곳은 단 1개관뿐이었고 모터쇼에 빠지지 않던 수퍼카 대신 ‘수퍼 차저(충전기)’가 등장했다. 관람객들은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1886년 세계 첫 엔진차를 개발한 메르세데스-벤츠는 간판 모델 E클래스의 전기차, EQE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벤츠는 2030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BMW는 재활용 소재로만 만든 전기차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 8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뮌헨 도심을 지나는 고속도로에는 5㎞ 구간의 독일 첫 ‘친환경 차로’도 등장했다. 편도 3차로 중 한 차로를 전기차·수소차·3인 이상이 탑승한 공유 차량만 달리게 한 것이다. 이 구간은 IAA가 끝나도 유지된다.

벤츠, 중대형 SUV 전기차 공개 - 메르세데스-벤츠가 6일 독일 뮌헨 ‘IAA 2021’에서 처음 공개한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EQG’는 과거 군용차로 쓰였던 G클래스의 전기차 모델이다. 벤츠는 이날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100%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6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세계 최대 모터쇼인 IAA가 열린 독일 메세뮌헨 동측의 야외 전시장. 프랑스 자율주행기술 스타트업 나브야(Navya)가 개발한 11인승 자율주행 전기 셔틀버스가 약 300m 길이의 굽은 도로를 오가고 있었다. 최고 시속 20㎞로 달릴 수 있는 이 셔틀버스 앞에 사람이 뛰어들자 급제동하며 멈춰 섰다. 차 앞면의 카메라 센서 덕분이었다. 셔틀버스는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태워준 후 무선 충전기가 설치돼 있는 곳으로 스스로 주행해 돌아갔다. 이 버스의 시범 운행을 맡은 나브야 관계자는 “관광지와 대학 캠퍼스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간편하게 해주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6일 독일 뮌헨 IAA 2021에 나타난 중국 이항의 드론 택시의 모습./뮌헨=오로라 기자

‘미래엔 무엇이 우리를 이동시킬까(What will move us next?)’라는 주제로 IAA가 개막한 뮌헨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이었다. 550여 개 업체가 참여해 미래차 기술을 경쟁하는 메세뮌헨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들로 전시장마다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고, 유명 관광지인 마리엔광장 등 도심 곳곳에는 야외 전시장이 설치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한 자동차 전문 블로그 운영자는 “코로나 이후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너무 오랜만이라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2년 만에 열리는 대형 모터쇼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차를 무기 삼아 경쟁을 벌였고, 화웨이·퀄컴 같은 IT 기업들도 스마트카·자율주행 기술을 내세워 IAA에 부스를 마련했다. 시속 45㎞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전기자전거와 중국 ‘이항’이 전시한 드론택시의 모습도 보였다. 전기차·자율주행차의 시대가 머지않아 보였다.

◇대형 전기차 대거 등장

이날 오전 9시 15분 메세뮌헨의 제1 전시장인 A1관. 뮌헨에 본사를 둔 ‘터줏대감’ BMW 부스에 100%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든 ‘i비전서큘러’가 나타나자 취재진이 환호했다. BMW는 이 차를 통해 알루미늄·철·유리·고무·플라스틱 등 모든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부스에는 BMW가 지난 1969년 만든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BMW 1602 일렉트릭’도 함께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BMW 관계자는 “BMW의 전통과 미래를 한 자리에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BMW “이것이 친환경차” - 100%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든 BMW의 ‘i비전 서큘러’. /EPA 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스에서는 한 번 완충으로 660㎞를 갈 수 있는 대형 전기세단 ‘EQE’가 인기였다. EQE의 내부에 앉아 보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커다란 사각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벤츠 관계자는 “17.7인치 크기 대형 디스플레이는 물리적 버튼을 거의 없애고 지문 인식과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했다”고 말했다. 이날 폴크스바겐도 완충 시 주행거리가 497㎞인 대형 SUV(모델명 ID.5 GTX)를 선보였고, 현대차도 준대형급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6’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가 6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전시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왼쪽)과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컨셉카인 '프로페시(Prophecy)'./뉴시스

기존 완성차 강자들의 경쟁에서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도 커졌다. 중국 창청자동차는 고급 SUV 브랜드 웨이(WEY)와 친환경차 브랜드 오라(ORA)의 부스를 각각 대규모로 차렸다. 웨이의 대형 전기 SUV 전면에는 영화관 스크린처럼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진 한 장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었다. 오라는 전기차 SUV 신차를 선보였다.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와 샤오펑은 7일부터 뮌헨 도심 곳곳에 설치된 거점 전시장에 등장한다. 이날 현장을 찾은 글로벌 취재진들은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진짜 내연기관차는 조만간 사라질 것 같다”며 “소형·준중형에 이어 대형 세단과 SUV까지 전기차 선택의 폭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 모빌리티 엿보다

6일(현지시각) 독일 뮌헨 IAA 2021 퀄컴 부스에 설치된 차량의 모습. 좌석마다 퀄컴의 기술이 들어간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부착돼 있다./뮌헨=오로라 기자

완성차 외에 IT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BMW가 있는 제1 전시장에 부스를 차리고, 자체 개발한 스마트카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보조 카메라 모듈, 통신칩 같은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퀄컴은 자동차 커넥티비티(통신) 관련 자사 기술이 탑재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4인용인 이 차의 각 좌석 앞에는 개인용 디스플레이가 하나씩 설치돼 있었다. 퀄컴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PC를 그대로 차량 안으로 이식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칩 기술로 자동차 안에서도 실시간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되는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했다.

뮌헨=오로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