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당분간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 전략의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쓰는 차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결합한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7일 온라인 탄소 중립 전략 발표에서 “2030년 친환경차 판매 목표 800만대 가운데 600만대는 하이브리드차, 200만대는 전기차·수소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GM·벤츠·볼보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보다는 주행 중 배출가스가 30~40% 적지만, ‘제로(0)’인 전기차보다는 높다. 그럼에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의 주력으로 삼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전기 생산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전체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평가하는 ‘전 주기적 평가(Life Cycle Assessment)’ 기준으로는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도요타의 판단이다.
마사히코 마에다 도요타 CTO(기술책임자)는 “도요타는 현재까지 1810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해 전기차 550만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탄소 절감 효과를 냈다”며 “그러나 1810만대에 들어간 배터리양은 전기차 26만대에 들어가는 양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더 적게 사용하면서 탄소 배출은 더 많이 줄였다는 것이다. 그는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로 전기차가 달린다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2035년 EU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도요타가 이때쯤 주행거리·충전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해 전기차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 도요타는 이날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이 탑재된 전기차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히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도기엔 하이브리드차로 최대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