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차 ‘캐스퍼’를 출시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현대자동차의 실험이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습니다. 앞서 9월 초 온라인 판매 도입에 합의했던 현대차 판매 노조가 한 달도 안 돼 “온라인 판매가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며 기존 협상을 파기하고, 전면 재협상을 하자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직영점 영업직으로 구성된 판매 노조는 캐스퍼 출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온라인 판매를 저지하자는 투쟁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조합원 6000명에겐 ‘캐스퍼 판매 행위에 관여하지 말라’는 행동 지침을 문자로 배포했습니다. 현대차 매장을 찾은 고객이 캐스퍼 구매 문의를 하더라도, 영업사원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말고 ‘알아서 온라인에서 구매하시라’고 대응하라는 의미입니다.
당초 노조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을 안내해 캐스퍼를 온라인에서 구매토록 할 경우, 차량 판매 실적을 인정해주는 조건으로 온라인 판매에 동의했습니다. 구매 고객이 캐스퍼를 온라인에서 살 때 소개 직원 이름을 기재하면 해당 직원 앞으로 지원금(수당)이 쌓이는 식입니다. 앞서 노조가 ‘온라인 판매에 따른 고용 불안’을 제기하자 회사 측이 제시한 보완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또다시 ‘일자리 불안’을 내세우며 돌연 반대로 돌아선 것입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고용 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지원금 다툼”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당초 현대차는 비조합원인 현대차 대리점 영업직들도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따른 지원금을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캐스퍼가 역대 현대차 내연차 중 사상 최대 예약 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끌자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협상을 통해 지원금 배분에서 일반 대리점을 배제하고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따른 수당을 독점하려는 게 아니라면 노조가 말을 바꾼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현대차도 “이미 합의된 사안을 파기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의 재협상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온라인 판매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선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에 캐스퍼 온라인 판매 실험이 실패하고, 결국 소비자들만 불편과 혼란을 겪게 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