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디젤차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디젤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들어가는 요소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화물 업계가 요소수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뉴시스

디젤(경유) 차량의 필수품인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하자, 중국산에 원료를 97% 의존해왔던 국내 요소수 시장이 마비된 것이다. 장거리 주행이 불가피해 요소수를 자주 채워 넣어야 하는 화물차 약 170만대가 요소수가 없어 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1일 자동차·화학·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판매 가격은 10L당 9000~1만원에서 최근 열흘 사이 1만5000~1만600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유소에선 이마저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심지어 온라인에는 요소수 10L를 5만원 이상에 판매하는 곳들이 등장했다. 요소수 10L를 넣으면 1만㎞ 이상 주행이 가능한 승용차와는 달리, 대형트럭은 10L로 300~400㎞밖에 주행하지 못해 1~3일마다 채워 넣어야 한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일부 주유소에서 남은 재고를 판매 중이지만 이달 중 재고가 동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규 서울용달협회 부장은 “1t 소형 트럭은 요소수를 한 달에 한두 번 채워야 한다”며 “요즘 사업자분들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데 분노를 터뜨리다가도 한 통이라도 구해달라고 애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97% 의존, 수출 금지되자 대란

요소수는 디젤차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액체다. 롯데정밀화학·KG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이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암모니아)를 수입해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지난 1~9월 요소 수입 물량의 97%가 중국산이었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인한 석탄 발전 감소, 이에 따른 전력난까지 이어지면서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자국 수요를 우선 충족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요소수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이 물류 비용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중국산을 써왔다”며 “인도네시아마저 요소 수출을 금지한 데다 러시아는 10월에 주문한 물량이 1월에나 들어온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요소수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며 부족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요소수는 2015년 유럽의 최신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국내 도입되면서 디젤차 필수품이 됐다. 미세 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와 물로 분해시켜주는 저감장치(SCR)를 부착하는 게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된 362만대의 화물차 중 2015년 이후 등록된 화물차 171만대 중 대다수가 요소수가 필요한 차로 추정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주행거리가 충분한 대형 전기트럭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수소 트럭은 너무 비싼 데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화물차는 값싼 연료비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디젤 트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뜻밖의 악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요소 가격 폭락… 자기들만 잘 사나

정작 중국 현지에선 최근 2주간 요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요소의 대외 수출을 막고 나서부터는 내수용 공급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저우상품교역소에서 거래되는 요소 선물 가격(내년 1월 인도물량)은 올 1월 t당 1800위안(약 33만1400원) 수준이었다가 지난달 12일엔 연중 최고가인 3313위안으로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수출금지 공고가 알려진 지난달 13일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1일 현재 2345위안까지 내려갔다. 최고점 대비 29%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연초(1800위안 수준) 대비 500위안 이상 비싼 상태로 당분간 수출 규제 정책이 풀릴 가능성은 낮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 교수)는 “올해 중국발 원자재 공급난은 탄소중립 연간 목표를 채우기 위한 몸부림에서 파생된 것으로, 해를 넘기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경험으로 중국은 자국이 갖고 있는 원자재 패권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 만큼,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급망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까만 매연인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석탄 정제 과정에서 뽑아낸 암모니아를 고체로 만든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2015년 1월부터 판매된 디젤차에는 요소수를 활용한 배출가스 저감장치(SCR)가 필수다. 사용 과정에서 요소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