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중국명 바이텅·拜騰)’이 조(兆) 단위 투자금을 낭비하는 방만 경영으로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10일 중국 인터넷 매체 넷이즈 등 현지 매체는 “지난 2일 난징시인민법원에서 바이톤에 대한 파산 심리가 시작됐다”며 “기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가운데 바이톤의 회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미래가 촉망받던 스타트업의 몰락에 중국 현지에선 “묻지마식 투자와 투자금을 낭비하는 스타트업들을 바로잡아야한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톤은 한때 웨이라이·샤오펑·웨이마와 함께 중국 전기차 ‘4소룡(小龍)으로 불렸다. 공동 창업자들이 유명 완성차 업체 출신으로, 회장직을 맡은 다니엘 키르헤르트는 인피니티 중국지사 임원, CEO(최고경영자) 카르스텐 브라이트펠트는 BMW에서 하이브리드차 ‘i8′의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들의 이름값 덕분에 바이톤은 2017년 출범 이후 텐센트·폭스콘·CATL 등 쟁쟁한 기업과 지방정부로부터 지금까지 84억위안(약 1조5500억원)을 투자받았다. 바이톤은 성공 보증수표를 들고 출발한 금수저 스타트업이었다.
◇'억’ 소리 나는 방만 경영
이런 업체가 파산에 이른 이유에 대해 현지에선 “눈먼 돈을 믿고 과도한 낭비를 일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톤은 회사 설립 후 전기차 SUV인 ‘M-Byte’와 세단 ‘K-Byte’ 두 가지 샘플 차량을 공개했을 뿐 어느 하나 양산에 돌입하지 못했다. 연간 30만대를 양산하겠다며 난징시에 설립한 생산라인도 가동이 멈춘 상태다. 조 단위의 투자금을 기술 개발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쓰면서 정작 제품 생산에 쓸 돈은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톤은 “최고급 전기차 업체”를 지향하며 기술과 무관한 사원 복지와 마케팅에 투자금을 낭비했다. 투자금이 넉넉했던 지난 2018년 한 해에 300명 규모의 미국 사무실에서 간식비로만 700만달러(약 83억원)을 쓴 것이 단적인 예다. 사원 유니폼은 독일 유명 테일러숍에서 주문 제작했고, 명함은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한 통에 1000위안(약 18만원) 이상인 제품을 사용했다. 회사 운영진은 “투자자에게 고급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해외 출장 시마다 일등석을 고집했다. 생산 능력도 갖추기 전에 샘플 차량을 해외에서 전시하기 위해 억대의 운송비를 펑펑 써대는 것도 일상이었다. 인재를 영입한다며 ‘백지수표’를 내걸기도 했다.
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이 전무한 상황에 낭비를 일삼다 보니 회사는 곧바로 자금난에 빠졌다. 지난해 6월 회사 사원의 폭로에 따르면 당시 회사의 자금은 200만위안(약 3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직원 1000명의 한 달 치 월급조차 지불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후 운영진은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실패해 파업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돈 몰리는 스타트업계에 경종 울려
중국 내에서도 바이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리오토의 창업자 리샹은 “우리 회사는 출장에 이코노미석과 저가 호텔만 쓴다”며 “창업의 길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옥 밑에서 시작해 올라올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경제 매체 통화순재경은 “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시작해도 낭비를 일삼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우후죽순 생겨난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5년간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 수가 248%나 폭증해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 “전기차 업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국내 스타트업계에서도 바이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1~3분기 누적 국내 벤처 투자액은 5조25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1.8% 급등했다. 스타트업들의 초기 투자 유치에도 수백억 원씩 돈이 몰릴 정도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 유치한 돈으로 외제 차를 사거나, 고급 맨션을 렌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투자업계나 창업자도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