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종료된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나온 ‘무공해차 전환 서약’에 결국 불참했습니다. 이 서약은 2035년 주요 시장에서, 2040년부터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 등 배출 가스가 없는 승용차만 판매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2위인 폴크스바겐, 올해 누적 판매 3위인 현대차·기아, 4위인 르노닛산까지 글로벌 4대 업체가 모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참여한 업체는 GM·포드·다임러·볼보·재규어랜드로버·BYD로 6곳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신차 판매의 90%만 친환경차로 달성하자는 식의 조정안이 제시됐지만 소용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던 업체들도 대부분 최근 대대적인 전기차 전환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은 2035년까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했고, 현대차·기아는 2040년 전 세계 판매량 80%를 전기차·수소차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혼다는 심지어 이번 서약에 담긴 내용과 같이 2040년 신차는 모두 전기차로만 팔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와는 달리 실제 속내는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찾는 소비자가 있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이 더딘 상황에서, 자기만 먼저 ‘ 전기차 전환’에서 과속을 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BMW는 “전기차 충전소가 과연 그때까지 충분히 구축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화석연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화석 발전으로 전기차를 위한 전기를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왔습니다. 특히 도요타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안하면, 더 적은 용량의 배터리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명에 참여한 포드의 임원조차 “이 약속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프라, 인프라, 또 인프라다”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전기차만 팔라는 서약서 앞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세게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