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지난 22일 독일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시총 3위 자리에 올랐다. 이날 비야디가 17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전기차 연구개발·생산확대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가가 4.78% 급등하면서다. 비야디의 시가총액은 24일 현재 8827억위안(약 164조원)으로, 폴크스바겐(약 156조원·현지시각 23일 마감 기준)을 뛰어넘었다. 현대차(17위·약 45조원)의 3.6배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존재감이 없던 중국 내수용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약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시총 상위 20위(24일 기준) 중 중국 업체가 6곳인데, 비야디와 니오(12위), 샤오펑(16위), 리오토(19)는 전기차 전문 업체들이다. 특히 비야디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만들며 최근 2년간 주가가 6배 폭등했다. 지난해 7월엔 중국 최대 자동차기업인 상하이자동차그룹의 시총을 넘어서며 현지에서 ‘시총 큰형님(市値一哥)’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현지 업계에선 비야디가 조만간 중국 자동차 기업 사상 최초로 시총 1조위안(약 186조원) 클럽에 진입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배터리·전기차 두 마리 토끼 잡다

비야디는 전기차 시대에 모든 완성차 업체가 추구하는 ‘배터리 내재화’를 일찌감치 실현한 기업으로 꼽힌다. 비야디는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왕촨푸가 1995년 핸드폰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를 창업하면서 출발했다. 배터리 사업으로 돈을 번 비야디는 2003년 내연 기관차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연 기관차 시장에서 ‘저가 자동차’ 취급을 받던 비야디는 2010년대 중반 전기차로 사업 중심을 완전히 옮기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 신랑재경은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비야디는 다른 전기차 업체보다 배터리 수급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야디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한(漢)’의 경우, 비슷한 체급의 테슬라 모델3 대비 800만원 정도 저렴해 ‘가성비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비야디는 지난 6월부터 연속 5개월 동안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전자기기 제조까지

최근 중국에선 비야디 창업자 왕촨푸를 ‘테크에 미친 천재’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세간의 비판과 의구심 속에 추진했던 신사업들이 모두 큰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이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혁신 반도체 제품은 만들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공정이 쉬운 차량용 반도체는 자급자족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진출 초반엔 “세계 1류 기업이 되지 못할 텐데 왜 하느냐”는 물음표가 따라다녔지만, 올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었을 때 비야디는 오히려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 비야디는 전자제품 위탁생산까지 운영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애플로, 세계 최대 위탁생산기업인 대만 폭스콘과 아이패드 생산 물량을 두고 경쟁한다. 비야디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야디 매출의 54%가 자동차에서, 8%는 배터리에서 나왔고, 나머지 38% 정도를 전자기기 위탁생산이 차지했다. 이런 제조 설비와 역량을 갖춘 덕분에 차량용 전자장비제품도 대부분 직접 조달한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비야디 전기차의 부품은 80% 이상이 자체 제작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비야디의 진격을 두고 “아직 본격적으로 차량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미국의 리비안·루시드와 달리, 비야디의 진격은 반짝하고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