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시가 전세계 수도 중 처음으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에 나서는 도시가 됐다. 내년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혁신 테크 산업의 상용화 속도를 올린 것이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에서도 유료 로보택시가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수도에서 대규모 로보택시 상업화 서비스가 들어선건 처음이다. 로보택시는 특수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에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4′ 자율주행 차량으로 운영되는 택시사업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로보택시의 대규모 상용화가 시작되며 중국 자율주행 업체들이 미국 승차공유 업체 우버 등의 라이벌로 부상할 수 있게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경보는 25일 “이날부터 베이징 시민들은 모바일 앱으로 바이두와 포니AI 두 기업이 운영하는 유료 로보택시를 호출해 탑승할 수 있게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료 로보택시 사업은 베이징시 남부 다싱구(區)에 있는 경제개발구역 안 60㎢ 규모 지역에서 운영되며, 운영 규모는 총 100여대다. 택시 안에는 보조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행은 차량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다만 완전 무인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로 제한된다.
가장 눈에 띄는건 가격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바이두와 포니AI가 이용자 확대를 위해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포니AI는 택시 주행 거리와 무관하게 1회 탑승시 단 4.9위안(약 910원)의 요금만 받는다. 바이두는 기본요금 18위안(약 3400원)을 시작으로 미터기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지만, 요금의 90% 이상을 깎아주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단거리 주행을 할 경우엔 포니AI보다도 싼 요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선 “앞서 바이두가 소규모로 시범 운영했던 로보택시가 일반 택시 가격의 2~3배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이용자를 모으지 못했던 실패의 기억이 있다”며 이들 기업이 당분간 계속해서 할인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도시는 27개에 이른다. 바이두와 포니AI 외에도 로보택시 사업에 뛰어든 기업도 많다. 실제로 지난 24일 중국 대표 전기차 제조사 중 하나인 샤오펑은 “2022년 하반기에 샤오펑 전기차를 활용한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베이징시는 이번 유료 로보택시 운영에 앞서 참여 기업에 “승객을 태우고 누적 20만km 주행을 마쳤고, 최소 3만명 이상을 태운 경험이 있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바이두는 지난 3분기까지 11만 5000번 승객을 이동시켰고, 포니AI는 중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 총 800만km의 거리를 테스트해 이 기준을 가뿐히 넘어섰다.
한편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로보택시가 서울 도심을 누빌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아이오닉5를 활용해 만든 로보택시를 선보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로보택시를 서울에서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