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5, 제네시스 G80의 브레이크 부품(캘리퍼)을 공급하는 부품사인 HM금속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HM금속은 지난 8월 부도가 나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지만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제1파산부는 이날 “기업의 지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크다”며 회생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80 등 주요 생산 라인이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로 인한 자동차 생산 급감이 부품 회사의 경영난을 불러오고, 이것이 완성차 업체 생산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HM금속은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기아에 브레이크 부품인 ‘캘리퍼’를 공급해왔다. 이 회사는 2019년 매출 55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은 413억원으로 급감하고, 영업 적자도 25억원이 났다. 올해는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쳤다. 서홍규 HM금속 대표는 “30년 가까이 사업을 해오고 있지만 코로나, 반도체 사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동시에 겹치니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품 회사의 파산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로 이어져 다른 부품사들에도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 HM금속은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제네시스 G80, 기아 전기차 EV6와 한국GM의 스파크·다마스에 부품을 공급해 왔다. 이 회사 부품이 들어가는 차량만 10만대에 이른다. 문승 한국GM 협력사 모임 회장은 “캘리퍼는 차량별로 한 업체가 맞춤형 공급을 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선 2~3개월가량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성차 생산 라인이 중단되면 다른 부품사들도 납품을 하지 못해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자동차 부품사 3곳이 잇따라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문제는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내년엔 부품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 차량에 비해 부품 수가 30%나 줄기 때문에 부품사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기에 부품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