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만큼이나 매년 수많은 자동차가 출시됩니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외양과 최신 성능을 탑재한 차량은 ‘드림카’로 추앙받는데요.

‘타고 싶은 차’와 실제로 ‘타고 있는 차’ 사이 간극을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동차 구독입니다. 목돈 들이지 않고, 매월 구독료만 지불하며 원하는 기간 차를 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소비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건데요. ‘카츄라이더’의 20대 사회초년생 인턴 기자가 중고차 구독업체 더트라이브(https://bit.ly/2WeFbrA)의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시범 이용해봤습니다.

시승 차량은 ‘미니 3도어 해치 쿠퍼’입니다. 다홍빛의 ‘솔라리스 오렌지 메탈릭’ 색상으로, 전륜구동의 2019년식이죠.

◇'미니’라고 불러주세요

미니 3도어 해치 쿠퍼. 다홍빛 외관이 인상적이다. /더비비드

아이폰 미니, 미니스커트 등 ‘아주 작은’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미니(mini). 이 단어의 어원이 자동차 브랜드 ‘미니(MINI)’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미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 바람이 불던 1959년에 태어난 영국 소형차 브랜드입니다.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면서, 영국에선 기름값이 폭등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이 연비 좋은 소형차를 제작하기 시작했죠. 미니도 다른 자동차 대비 월등히 작은 크기의 차량을 제작하겠다는 일념 아래 탄생했습니다. ‘최소’라는 뜻의 단어 minimum에서 이름을 따왔죠.

존 쿠퍼와 당시 경주에 사용된 미니 차량. /미니 코리아

개성 있는 외모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끈 미니의 문화적 파급력은 대단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마리 퀀트가 ‘미니’라는 자동차 브랜드에서 이름을 따와 짧은 치마의 이름을 ‘숏스커트(short-skirt)’가 아닌 ‘미니스커트(MINI-skirt)’라고 정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한국에서는 ‘미니’보다 ‘미니 쿠퍼’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는데, 사실 ‘미니’가 맞습니다. ‘쿠퍼’는 미니 차량을 경주용 차로 개조해 레이싱 경기에서 우승한 ‘존 쿠퍼’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일부 미니 차량에 붙는 등급명의 일종입니다.그래서 모든 미니 차량에 ‘쿠퍼’라는 이름이 붙는 게 아닙니다. 아반떼의 고성능 라인에 ‘N’이 붙거나, 벤츠에 AMG 고성능 라인이 따로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미니 쿠페’라는 이름과도 구분이필요한데요. 여기서 ‘쿠페’는 자동차 형식의 명칭 중 하나로, 세단 중 2열 천장이 납작하게 깎인 2인승 차량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미니 쿠페는 미니 중에서도 ‘쿠페’버전 차량을 의미합니다.

◇예쁘면 다야, 미(美)니

미니 3도어 해치 쿠퍼. 테일게이트까지 문이 3개다. /더비비드

시승 차량은 ‘미니 쿠퍼’ 3도어 해치백 모델입니다. ‘해치백(hatch back)’은 객실과 트렁크 구분이 없고 트렁크에 문이 있는 승용차를 의미하는데요.

3도어라 함은, 문이 3개라는 뜻입니다. 1, 2열 승객 모두 승•하차할 때 이용하는 측면 문 2개와 후면 테일게이트까지 총 3개인데요. 차량을 최소화하려는 미니의 전략입니다. 물론, 미니가 이용하기 다소 불편한 3도어 차량만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후면 트렁크까지 총 5개의 문을 가진 클럽맨, 컨트리맨, 5도어 해치백 같은 모델도 출시하고 있죠.

외관을 보면 다홍색 무당벌레가 연상되는 화려한 주황색이 가장 눈에 띕니다. 폭스바겐의 ‘비틀’이 언뜻 생각나는 귀여운 외모를 가졌는데요. 앙증맞고 동그란 전조등이 귀여움을 한층 더합니다. 전면부 가로 슬릿의 그릴도 ‘미니’임을 강조하죠. 영국 태생임을 강조하는 듯한 유니언 잭 문양의 후미등은 이제 미니에서 빠지면 섭섭한 요소입니다.

영국 국기 문양이 그려져 있는 테일 램프와 미니 퍼들램프. /더비비드

3세대 미니에서 2018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모델이라 LED 라이트도 적용돼 있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달릴 때 넓은 가시거리가 확보되죠. 동급 소형차량에서 보기 힘든 웰컴 라이트(퍼들 램프·도어 하단에 설치돼 땅을 비추는 조명)도 탑재돼 밤에도 안전하게 차량에 탑승할 수 있죠.

미니는 외관 모습 자체가 브랜드 정체성이라서 디자인 변경이 유독 더딘 차량 중 하나인데요. 2023년 4세대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름값 하는 ‘작은’ 미니(Mini)

계기판, 센터페시아, 핸들, 2열 컵홀더와 스피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더비비드

내부도 미니의 ‘동글동글’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아날로그 계기판부터 1, 2열 컵홀더, 8.8인치의 센터페시아 LCD 화면까지 모두 원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죠. 레버 모양의 센터페시아 조작 버튼들도 다른 차량에서 볼 수 없는 미니만의 특징입니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낮은 차체가 바로 느껴집니다. 머리 공간에 주먹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지붕이 유독 낮기 때문이죠. 그만큼 시야도 좁습니다. 운전 중 교차로 신호 대기 시 몇몇 신호등은 고개를 빼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허벅지 연장시트, 2열 진입용 당김 버튼, 트렁크 내부 모습.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더비비드

인조가죽으로 된 내부 시트는 단단합니다. 편안한 주행감을 위한 설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허벅지 연장 받침이 있어 시트를 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허리도 측면까지 감싸줘 고속주행이나 코너링할 때 신체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죠.

트렁크는 작은 체구에 비해 실용적입니다. 테일게이트를 열면 수납공간이 깊게 파여 있습니다. 여행용 짐가방, 장바구니 등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물건을 넣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죠.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이소 쇼핑백(大)에 생수병과 상자를 채워 트렁크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확인해봤는데요. 최대 5개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니 쿠퍼 전, 후면부. /더비비드

단, 2열에 탑승하려면 1열을 접어 비집고 진입해야 합니다. 들어가기 불편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막상 2열에 앉아보니, 등받이가 편안한 각도로 젖혀져 있어 못 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릎 공간이 한주먹 정도로 많이 부족했습니다. 성인이 2열에 탑승해 장시간 이동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균 165cm 성인 여성 4명이 차를 타고 이동해봤는데요. 2시간 남짓한 탑승 시간에 다들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운전면허 도로주행 시험용 차량으로 유명한 현대 ‘엑센트’와 배기량이 같은데도 내부는 훨씬 작다고 느껴집니다. 경차인 기아 ‘레이’보다 축간거리도 짧아 비좁죠.

◇'고-카트(go-kart)’ 별명 걸맞은 성능

미니 쿠퍼 실내 모습. 브레이크, 가속 페달. 가속 페달은 오르간식이다. /더비비드

‘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 도로를 달리는 미니의 후방 번호판에 쓰여 있는 문구입니다. ‘미니를 놀리거나 괴롭히지 마라’는 뜻인데, ‘얕보지 마라’는 뜻으로도 들리는데요.

시승 차량에는 미쉐린의 17인치 타이어가 장착돼있었는데요. 현대 ‘쏘나타’와 같은 중형차에서도 사용하는 타이어입니다. 주행 중에도 작은 차량에 비해 튼튼한 다리가 달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려봤는데요. 고속 주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었습니다. 달릴 때 튀거나 뜬다는 느낌 없이 도로를 꽉 잡아주는 접지력 좋은 등산화 같은 느낌이 듭니다.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떼도 뒤로 밀리지 않고 바로 앞으로 나갈 정도였습니다.

소형차다운 1499cc 배기량과 7.8초 제로백은 미니를 얕볼 법한 수치였는데요. 주행하자마자 바로 생각이 변했습니다. 이유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응답성’에 있었습니다. ‘이래서 경주용 차로도 쓰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감속이 안정적이고 즉각적이었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앞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실제 미니는 ‘고-카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카트’는 지붕과 문이 없는 납작한 경주용 자동차로, 그만큼 운전이 재밌다는 뜻이죠.

미니 쿠퍼 전면부, 타이어 모습. /더비비드

차량이 작다는 데서 발견한 장점도 있었습니다. 미니는 시내 주행에 적합합니다. 좁은 주차 공간에도 가뿐하게 들어가고, 흙길 골목도 요리조리 잘 다녔습니다. 코너링도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해냈습니다.

미니는 핸들도 작은 편인데요. 다른 차량에 비해 핸들이 무거워 약간 힘을 줘 조향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군요. 주행 모드는 연비를 늘리는 에코모드와 가속력을 더하는 스포츠모드까지 제공하고 있어 기호에 따라 주행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

이전까지 미니 쿠퍼는 좁은 실내 때문에 실용성이 별로인 자동차라고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편안함을 느끼기에는 내부 공간이 좁았고, 아날로그 계기판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옵션도 아쉬웠죠. 하지만 실제로 타보니 감성 있는 디자인과 주행 성능, 적당한 연비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운전을 즐기는 1인 가구에는 더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추가 옵션이 없는 기본 쿠퍼 모델로 현재 더트라이브(https://bit.ly/2WeFbrA)에서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월 59만원에서 79만원의 가격으로 미니 쿠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초기 목돈 없이 구독료만 내다가 6개월 이상이면 해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