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다 사장이 새로운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도요타는 이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순수 전기차 17차종의 실물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14일 ‘배터리 EV(전기차) 전략’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순수 전기차 17차종의 실물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이 차들은 수년 내에 출시될 것이며, 2030년까지 전기차종 30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렉서스 브랜드는 2035년 100%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는 그간 전기차 전환에 유독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출시 계획을 공개한 전기차 실물도 2개(bZ4X, 이팔레트)뿐이어서,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조롱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날 도요타는 소·중·대형 SUV부터 픽업 트럭·경상용차·스포츠카까지,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더 다양한 전기차 실물을 공개했다. 전기차 전환을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모두를 위한 전기차(EV for Everyone)를 만들고 있다”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전기차 판매 기존 목표량도 이날 대폭 상향했다. 도요타는 당초 2030년 전기차(수소차 포함)를 200만대 판매할 것이라고 했었지만, 이보다 무려 75% 늘어난 350만대로 목표를 바꿨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친환경차 전체 연구개발·설비투자비 8조엔(약 83조원)의 절반(4조엔, 약 41조원)을 전기차에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요타는 이달 초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는 유럽에선 전기차만 팔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 사장이 14일 전기차 실물 16개 차종을 선보이고 있다. 17개 차종 중 1개 차종(이팔레트)은 이 장면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도요타

도요타는 내년부터 ‘bZ’라는 브랜드로 일본·미국·유럽·중국에서 전기차를 본격 출시한다. 첫 출시작은 bZ4X라는 준중형 SUV다. 지난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선보인 이 모델은 완충 주행거리 450㎞(유럽 기준)로 테슬라나 현대차 경쟁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배터리의 내구성과 전기차의 효율성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10년 또는 100만㎞’까지 보증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테슬라 모델Y가 ‘8년 또는 19만2000㎞’, 현대차 아이오닉5가 ‘10년 또는 20만㎞’인 것에 비해 압도적인 보증 거리다. 도요타는 1996년 파나소닉과 배터리사를 합작해 오랫동안 배터리 기술을 축적해왔다. 화재 위험이 없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겨울철 히터를 틀면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전기차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승객의 얼굴과 발쪽만 난방하는 절전용 히터도 탑재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발표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중심 전략이 바뀐 것은 아니다. 도요타는 2030년 친환경차 판매 8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중 450만대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박정규 한양대 교수는 “그동안 실물보다 이미지를 주로 보여줬던 완성차 업체들을 압도하는 발표였다”며 “도요타답게 조용히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