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 트럭 업체 니콜라가 투자자들에게 과장,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억2500만 달러(149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외신은 니콜라가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제품 생산 능력과 매출 전망을 부풀린 혐의와 관련해 SEC에 1억2500만 달러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트레버 밀턴이 2015년 창업한 니콜라는 전기 배터리와 수소 연료로 움직이는 트럭을 내세워 ‘제2의 테슬라’로 불려왔다. ‘니콜라’라는 이름도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천재 전기공학자이자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에서 따온 것이다. 니콜라는 지난해 6월 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이후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시가 총액으로 포드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SEC는 니콜라가 거짓 홍보 영상 등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니콜라는 유튜브에 ‘니콜라 원’ 트럭의 영상을 공개해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자체 동력으로 트럭을 움직인 게 아니라 언덕에서 트럭을 굴리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니콜라는 앞으로 2년간 5회에 걸쳐 벌금을 낼 예정이다.
니콜라는 이번 벌금 납부와는 별개로 사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완공한 독일 울름 공장에서 연말부터 전기트럭을 생산해 내년 미국 시장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니콜라 사태로 인해 ‘스팩 상장’ 후 조사를 받는 전기차 관련 기업들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드스톤 모터스, 카누 등 스팩 상장을 거쳤던 기업들도 SEC의 조사를 받았고 루시드도 조사를 앞두고 있다. 자동차와 증권 업계에선 ‘스팩 상장’ 에 대한 주의보가 켜진 상태다.
스팩 상장은 기업의 상장이 적합한지를 평가받은 뒤 절차가 진행되는 일반적 기업공개(IPO)와 달리 빈 껍데기인 ‘기업인수목적회사’를 먼저 상장시킨 뒤, 여기에 합병할 기업을 찾는 구조다. 완전히 거꾸로인 셈이다. 투자 은행 관계자는 “당초 스팩은 기술력에도 높은 상장 문턱에 부딪히는 기업들을 위한 제도로 만들어졌지만, 매출이나 성장성 등을 부풀린 기업들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사를 앞둔 전기차 업체 루시드의 경우 차량의 생산 계획을 10배가량 부풀리고, 올해 봄까지 차량 인도가 가능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