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년 1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중소기업) 적합 업종’인지 정부가 판단을 계속 미루자, 완성차 업체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는 “중소 업체에 종사하는 5만여 명의 일자리를 대기업이 뺏어가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이날 “완성차 업체는 소비자 요구를 고려해 더 이상 중고차 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음 달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AMA는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체를 대변하는 단체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 편익 증대와 부품 산업 육성을 내세워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이 제한됐지만, 2019년 2월 지정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체들은 다시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3년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달 초 중기부 실무진은 이를 의식해 권칠승 장관에게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심의위 개최 계획을 보고했지만, 권 장관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 장관은 최근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게 “내년 대선 전에는 결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KAMA 측의 강경 태도는 권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중고차 업체 6000여 개의 절반이 매출 10억원가량 영세 업체인데 당장 매출 하락이 뻔해 대규모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독과점 우려도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완성차 시장의 70%를 장악하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하면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