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급차 업체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메르세데스)가 전기차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로 알려진 1000Km 벽을 돌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현지 시각) 보도했다. 1회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약 450km 거리)를 왕복하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1회 충전에 1000km를 달리는 것은 기존 전기차 주행거리를 3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출시된 전기차들은 한 번 충전에 평균 약 300km를 갈 수 있다. 테슬라의 최고급 전기 세단 모델S에 비해서도 주행거리가 거의 2배에 이른다.
FT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는 기존 전기차들이 갖고 있는 이같은 제약을 뛰어넘는 전기차 ‘비전 에퀵스(Vision EQXX)’를 올 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는 2024년이나 2025년에 출시될 전망이다. 1회 충전 1000Km 주행은 메르세데스 측이 실제 도로 여건을 감안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결과다.
하지만 실제 출시되는 자동차는 시제품에 구현된 성능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마르쿠스 샤퍼 메르세데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비전 에퀵스만큼의 고가 장비를 굳이 소형 자동차에 모두 박아넣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가격 인하를 위해서라도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훨씬 더 작은 배터리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2~3년 뒤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비전 에퀵스에 들어간 배터리보다 집적도가 높고, 무게는 가벼운 배터리가 장착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로 인한 성능 개선 효과도 일정부분 기대할 수는 있다.
앞서 메르세데스는 지난해 한 번 충전으로 6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통적인 살롱형 전기차 EQS를 선보인 바 있다. 에퀵스에 사용된 배터리는 EQS에 장착된 것보다 크기가 훨씬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고성능이다. 메르세데스에 따르면 에퀵스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부피가 EQS용 배터리의 절반, 무게는 30% 더 가볍지만 성능은 훨씬 더 뛰어나다. 한 번 충전으로 1000km를 달릴 수 있다.
비전 에퀵스는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 팀도 가세해 개발됐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회라는 비판 속에 자동차 대회 기술이 전기차의 혁신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 측은 그러나 자동차 경주에서 이제는 동력전달장치들이 이미 고도로 전기화했고, 여기서 개발된 기술들이 곧바로 도로주행용 전기차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벤트 설’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메르세데스는 시장 여건에 따라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종료하고 전기차만 생산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에퀵스에서 실현된 기술들은 더 값싸고 크기가 작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메르세데스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