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과 미국 내 세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미시간주(州)에 짓는다고 25일 밝혔다. 세 공장 합작 투자 규모는 약 9조원으로, 양 사는 네 번째 합작 공장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동맹을 바탕으로, 2035년 완전한 전기차 회사로 변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 / 조선일보 DB

GM의 미국 라이벌 포드는 SK온과 함께 배터리 공장 3개를 짓고 있다. 1900년대 세계 최초로 내놓은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T’ 이후 100여 년 만의 대전환을 준비 중인 포드도 한국 업체와 손을 맞잡은 것이다. 또 다른 미국 완성차 ‘빅3′ 스텔란티스는 LG·삼성SDI와 1곳씩 공장을 합작한다.

본지가 미국 에너지부 자료와 업계 정보를 분석한 결과, 향후 6년간 미국에 신설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14곳 중 11곳이 한국 배터리 업체가 합작하거나 직접 짓는 공장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 규모는 30조원(합작은 27조원)으로 최소 3만~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특히 미 완성차 ‘빅3′의 배터리 공장 9곳은 모두 한국 회사가 지분 50%를 갖는 합작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운송 산업 대전환을 추진 중인 미국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한미 배터리 동맹’이라는 강력한 협력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핵심 소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가 미국과 함께 자원·소재 개발에 나서면 ‘중국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면서 국내 투자가 부진해지고, 주요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투자가 해외에 집중돼 국내 일자리가 정체되고 기술도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원천 기술과 생산 능력을 모두 보유한 한국배터리는 미국과 경제 안보 동맹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