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 달성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 69조8624억원, 영업이익은 5조657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7.3%로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5.7%)을 훌쩍 앞섰다. 기아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각각 3.5% 3.4%였고 2020년 3.5%와 2.3%로 엇비슷했다. 기아가 지난해 그만큼 실속 있는 장사를 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향후 2~3년 내 기아의 영업이익이 현대차(작년 6조6790억원)와 비슷해질 가능성도 있다.

기아가 지난 1~2년간 디자인과 성능이 개선된 SUV 신차를 집중 출시하고 할인 판매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1년 만에 사명과 로고를 변경하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나선 것도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SUV 신차, 신시장 개척, 브랜드 제고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것은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와 SUV·밴(카니발)을 많이 판매한 덕분이다. 기아는 지난해 대형급 세단(K8, K9)과 SUV·밴 판매 비중이 66.6%로 현대차(59.1%)보다 높았다. 차 1대당 평균 판매단가도 지난 4분기 2950만원으로 전년(2570만원) 대비 15% 상승했다.

SUV 중에서는 지난해 완전변경 신형이 나온 스포티지의 선전이 돋보였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기아가 가장 많이 판매한 차(약 36만대)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인도에서 두루 인기를 끌며 실적을 견인했다. 2019년 새로 내놓은 소형 SUV 셀토스(약 30만대)는 전 세계에서 가성비 높고 디자인 좋은 차로 평가 받으며 기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이 밖에 국내와 미국에선 카니발과 쏘렌토 신차, 유럽에선 니로와 전기차 EV6 등이 판매를 견인했다. 특히 국내에선 카니발이 그랜저 다음으로 많이 팔린 승용차에 올랐고, 쏘렌토는 현대 싼타페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시장 진출 3년째를 맞은 인도 시장에서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기아는 2019년 말 인도에 연 30만 규모 공장을 건립하고, 소형 SUV 셀토스를 앞세워 현지 중산층을 집중 공략에 나섰다. 기아는 지난해 인도 판매 5위에 안착했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기아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상품성이 높아지면서 제 값을 받고 차를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 성공… 올해도 기록 경신 목표

기아는 현대차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차별성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6년 위기를 맞았다. 당시 기아를 일으킨 것이 ‘디자인 경영’이다. 2008년 포르테, 쏘울 같은 차가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글로벌 차 수요가 정체되는 가운데, SUV 인기가 높아지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2017~2018년 다시 침체기를 맞았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한 SUV 신차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게 됐다.

특히 기아는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매 분기 빠지지 않고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분기당 영업이익이 수천억원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작년보다 27% 높은 6조5000억원(영업이익률은 7.8%)으로 잡았다. 정성국 기아 상무는 “올해는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공장 가동률을 100%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고 본다”며 “신차 주문이 밀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