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배터리 충전 시간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과 인프라 사업, ‘교체식 배터리’가 중국 시장에서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기업의 생산 방식부터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교체하는 어려움이 있는 과제였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전기차 배터리 교체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30분이 걸리는 전기차 충전이 1~2분 안에 끝날 수 있기 때문에, 교체식 배터리가 전기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는 지난 18일 ‘EVOGO’라는 이름의 전기차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는 전기차가 교체 센터에 도착하면 1분 안에 배터리를 갈아끼고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CATL은 중국 전역 10개 도시에 교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단, 모든 전기차가 이렇게 교체를 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를 탈부착으로 가능한 차 모델에 한정된다. CATL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차는 아직 한 종이라 서비스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흐름은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뛰어들면서 바뀌고 있다. 중국 최대 완성차회사 지리자동차는 배터리 기술 개발 업체인 리판커지와 6억 위안(1130억원)을 투자해 합작 회사를 차렸다. 합작사는 지리차에 적용될 교체식 배터리를 개발한다. 중국 최대 완성차 제조사와 최대 배터리사가 뛰어든만큼, 중국 전기차에 한해서는 교체식 배터리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니오는 이미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회사다. 이미 전국에 700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 배터리를 갈아끼는 모델이 이미 출시돼있다. 이렇게 교환된 배터리 횟수는 이미 400만번 이상. 처음엔 배터리 교환 요금을 받았다가, 올해 신차부터는 아예 평생 배터리 교체 무료 카드를 꺼냈다. 니오는 이 배터리 교체 서비스가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따라잡는 한 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체식 배터리, 전기차의 최대 단점 보완. 중국은 왜 가능한가
건전지처럼 갈아끼고 바로 떠날 수 있는 간편한 배터리 교체.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는 왜 진작 실현되지 않았을까. 사실 이 산업은 중국이 최초가 아니다. 2008년 미국 스타트업 ‘배터리 플레이스’가 도전했지만, 전기차 확산이 무르익지 않았고, 배터리와 완성차 제조사들도 전기차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다.
이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국가가 직접 나섰다. 중국은 2020년 5월 내놓은 국무원 연간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권장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신 인프라’ 중 하나로 규정했고, 작년 10월에는 베이징, 난징 등 11개 도시를 전기차 배터리 교환 사업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작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직접 역점 사업으로 배터리 교체소를 콕 집어서 말했을 정도로 ‘교체식 배터리’는 중국이 국가 주도 정책이 됐다. 중국은 지난 8월 교체형 배터리 기술 표준·규격 표준 제정에 나섰고, 이 표준에 맞춰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을 한다면 교체형 배터리 시장도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배터리도 일체화, 과연 될까
반면 한국은 오토바이 배터리 교체 수준에 대한 계획 정도만 잡혀 있는 수준이다. 2020년 문재인 대통은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대여·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하지만 현재 전기 오토바이에 한정해서만 시범 사업이 진행될 뿐, 전기차 수준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
하지만 반드시 교체식 배터리 기술과 산업을 키울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체식 배터리가 갖는 강점이 있지만, 세계 표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도 과거 배터리를 갈아 끼는 탈착식 배터리로 만들었지만,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일체형 배터리로 굳어졌다. 현재 교체식 배터리는 충전 시간을 줄인다는 명확한 강점이 있지만,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 강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체식 배터리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중국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표준을 제시한다면 배터리 최강국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교체식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중국의 동향을 유심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