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삼성·LG·SK 등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해마다 1~2월, 전년 실적을 결산해 경영 성과급을 지급하는 일명 ‘IB(인센티브 보너스)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연봉의 50%나 기본급의 1000%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역대급 보너스 잔치에도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경쟁사보다 부족하다” “회사가 낸 이익 대비 적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을 받은 계열사나 사업부 직원들은 강력한 임단협 투쟁까지 예고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MZ세대들이 보상에 워낙 민감한 데다 SNS(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봉의 82%까지 지급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등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에 연봉의 50%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DS 내에서도 사상 최대 반도체 호황을 누린 메모리사업부는 기본급의 500%를 추가로 받았다. 기본 연봉 7000만원인 과장의 성과급은 합쳐서 약 48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직원들이 ‘성과급 투쟁’을 벌였던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기본급의 300%에 올 초 1000%를 추가로 지급해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을 줬다. IT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익명 게시판에서 ‘이천 쌀밥집’(SK하이닉스)에서 ‘수원 갈비집’(삼성전자)으로 가겠다고 소동을 피우자, 보상 수준을 맞춰준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에선 LG이노텍이 11일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반도체 기판 등 코로나 수혜 사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LG그룹 역사상 처음 ‘1000% 보너스’라는 기록을 세웠다. LG화학 노조는 최근 본사 상경 투쟁을 벌여 역대 최대인 기본급의 850%를 성과급으로 받아냈다.

CJ그룹도 화제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바이오 사업부 직원들에게 연봉의 최대 77%를 성과급으로 준 데 이어 최근 5%의 특별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했다. 고과가 좋은 직원들은 연봉의 총 82%를 성과급으로 받은 것이다. CJ ENM·CJ올리브영도 전 직원이 특별 인센티브를 받았다. 작년 11월 이재현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핵심은 인재”라면서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많이 줘도 불만… 적으면 적어서 불만

일반 직장인 월급의 10배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는데도 직원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경쟁사 대비 부족하다”며 15%대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20%은 직원 1인당 약 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한 LG전자는 조주완 사장이 지난달 말, 사내 영상 메시지에서 “올해 성과급을 직원들이 목표 달성률 등에 따라 스스로 계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직원들의 날 선 반응을 접했다. 직원들이 게시판에서 “올해도 (성과급을 제대로) 못 준다는 소리냐”고 강력 반발하자, 이 회사 조직문화팀이 영상 밑에 사과 댓글을 올렸다. 11일엔 성과급 설명회도 별도로 연다.

4대 그룹 중 가장 적은 성과급을 받은 현대차 역시 직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현대차는 사업부별 성과와 상관없이 지난해 임단협 협상 결과대로 ‘기본급의 200%+350만원, 품질 격려금 230만원’을 일률 지급했다. 연봉 7900만원인 과장급이 1380만원 정도다. 현대차그룹 익명 게시판에는 “회사가 어렵지도 않고 돈도 많은데 너무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나 사업부 직원들 역시 소외감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직원은 “코로나 수혜로 운좋게 실적이 좋은 사업부 직원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걸 보면, 차라리 똑같이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