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아반떼(가격 1570만원)의 자동차세가 1억원짜리 테슬라의 2배라는 게 제대로 된 세금 부과인가요?”

자동차세 연납 시즌이 도래하면서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차량 소유주들의 불만은 자동차세가 배기량에 따라 부과돼 조세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억대 고가 차량이 배기량이 적다는 이유로 수천만 원대 차보다 더 낮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재산세인 자동차세를 배기량에 따라 내라는 건 부동산 재산세를 면적 단위로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잇따른다.

이 같은 불만은 매년 자동차세 연납(1년 치 세금을 한번에 내고 세금을 할인받는 제도)을 신청하는 1월, 3월, 6월, 9월마다 불거지지만, 전기차·수소차 보급이 늘어난 올해는 친환경차와 역차별 논란까지 더해져 불만의 강도가 거세졌다. 친환경차는 크기나 가격에 상관없이 10만원대 세금만 내기 때문이다.

◇그랜저>벤츠 E클래스·BMW 5시리즈

현행 자동차세는 엔진 배기량에 세액을 곱해 납부액을 산출한다. 비영업용 배기량 1000㏄ 이하 차량은 ㏄당 80원,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이다. 배기량이 클수록 많은 세금을 물리는 구조다.

올해 출고된 3303만원의 현대 그랜저(2497㏄)의 자동차세는 교육세를 포함해 64만9220원이다. 반면 6000만원 중·후반 가격대의 BMW 520i(1998㏄)는 자동차세가 51만9480원, 벤츠E클래스(1991㏄)는 51만7660원이다. 그랜저가 25%가량 높다. 3606만원짜리 현대 팰리세이드(3778㏄)는 98만2000원으로 1억1120만원짜리 포르셰 카이엔(2995㏄)의 77만8700원보다 26% 높다.

전기·수소차와 비교하면 조세 역전 현상은 훨씬 더 심해진다. 전기·수소차의 경우 차량 크기나 출력, 가격에 관계없이 10만원가량의 자동차세만 낸다. 테슬라를 비롯한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기·수소차는 배기량 중심의 현행 제도에서 ‘그 밖의 승용 자동차’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10만원은 재산세로서 부과되는 일률적 금액으로 출고가 1억1599만원인 테슬라 모델X의 경우 교육세를 합한 자동차세는 13만원이 나온다. 배기량에 따라 친환경차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세를 내야 하는 내연기관 차주들은 “친환경차의 경우 보조금도 지원된다. 확산 취지는 공감하지만 역차별적 요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 재정 악화 등 반발도 만만찮아

자동차세는 재산세지만, 자동차 운행에 따른 ‘환경 과세’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 각 지자체도 자동차세를 두 가지 성격을 함께 가진 세금으로 정의한다. 1990년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배기량이 클수록 차량 가격도 비싸 논란이 적었다. 그러나 수입차를 중심으로 엔진을 작게 해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주행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있는 사람에게 덜 걷는다”는 역차별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터보 차저를 장착해 배기량은 낮지만 가격은 높은 모델들이 대중화됐다.

학계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가격과 탄소 배출 등을 모두 감안하도록 자동차세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환경 과세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차량 가격에 비례하는 재산세적 성격도 갖추자는 것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아이오와주, 미시간주 등은 차량 연령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고려뿐 아니라 차량 가격도 과세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 4조~5조원에 달하는 자동차세 세수 감소로 인한 지방 재정 악화 문제가 걸림돌이다. 가격과 탄소 배출 등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상대적으로 고급차가 많은 도시는 세수가 느는 반면 중·소형차가 많은 지방은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확산에 따라 배기량 의미가 줄어들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법 개정을 고려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