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본 오사카·간사이 세계 박람회(EXPO)에서는 에어택시(하늘을 나는 택시)가 관람객들을 실어 나른다. 일본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미국의 항공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이하 조비)은 2025년 일본 내 에어택시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프라 구축과 파일럿 양성 등 본격적인 준비 절차에 착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운항 노선은 도심 한복판인 오사카역과 간사이국제공항을 오가는 하늘길. 내년 양산 예정인 조이의 5인승 기체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 없이 손님을 태우고 최대 시속 321km로 비행할 수 있다.
미래 교통수단으로 상상했던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PAV·Personal Air Vehicle)의 상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 ‘개인형 소형 항공기’ ‘도심형 항공기’ 등으로 불리는 PAV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개발 성과를 내고 전일본공수를 비롯해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등 완성차업체까지 산업에 뛰어들면서 상용화 시점이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은 내년 양산, 2024~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다. 업계는 2030년쯤이면 도시와 도시를 오갈 때 PAV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늘을 나는 차 비행 승인… NASA까지 뛰어들었다
유럽에서도 정부에서 공식적인 비행 허가를 받은 PAV가 나타났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의 스타트업 클라인비전은 지난 1월 슬로바키아 교통국에서 PAV의 일종인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 ‘에어카’의 비행 승인을 받았다. 이 차는 지상에서는 날개를 접고 달리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날개를 펴 비행할 수 있다. 약 300m의 활주 거리가 필요하지만, 2분 안에 변신이 끝나고 최대 시속 160km로 고도 2500m까지 올라간다. 에어카는 이제 슬로바키아 하늘에서는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고, 유럽연합(EU) 당국의 승인을 받아 유럽 전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PAV의 걸림돌 중 하나는 각국 정부의 승인이었다.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인 만큼, 안전성과 기술력 검증이 필요했다. 초기 PAV 개발 회사들은 이런 우려 속에서 수년간의 개발과 시험 비행을 거쳐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다. 독일의 수직 이착륙기 개발사인 볼로콥터는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기체 설계와 생산 검증을 받았고,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정부와도 에어택시 서비스 개시를 위해 협상 중이다. 미국은 아예 NASA(미 우주항공국)가 나섰다. NASA는 직접 PAV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검증 절차를 만들었고, 작년 9월 조비의 기체에 대한 소음 테스트를 시작으로 이착륙·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보잉·도요타·구글 창업자까지 나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PAV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창업가에게서 수천억 원씩 투자를 유치하고 있고, 완성차업체들까지 미래의 모빌리티 산업을 선점하겠다며 뛰어들고 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보잉은 지난달 무인 수직 이착륙기 개발을 위한 합작 법인 위스크를 세웠다. 보잉이 투자한 금액만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달한다. 일본에서 에어택시를 운항할 조비의 핵심 투자사는 일본 완성차업체 도요타다. 도요타는 작년 조비에 약 4억달러(약 4700억원)를 투자했다. 볼보를 보유한 중국 지리자동차도 독일 볼로콥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2024년 중국 내 볼로콥터 기체를 들여와 에어택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자체 PAV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에 전기 수직 이착륙기 개발사를 설립했고, 지난해 11월 법인명을 슈퍼널로 확정하면서 본격적인 기체 개발에 착수했다. NASA 2인자 출신인 신재원 사장을 2019년 영입했고, 2026년을 타깃으로 실제 기체 출시와 서비스 시작을 준비 중이다. 김연명 전 항공우주기술원장은 “정부 차원의 기술 인증 절차와 수직 이착륙장·항로 관제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치열해지는 PAV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