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용차 브랜드 볼보 트럭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인증 절차와 충전 인프라 설치를 시작해, 내년 초 25t급 전기 대형 트럭 3개 모델(FH, FM, FMX)을 출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내 최초의 전기 대형 트럭 출시 계획이다. 볼보 전기 트럭은 한 번 충전에 최대 300km를 달릴 수 있고, 엔진 파워는 670마력으로 승용차 쏘나타 가솔린 모델(180마력 기준)의 3배 이상이다.
전기 승용차가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입증해 시장에 정착했다면, 친환경차 시대의 다음 과제는 ‘상용차(트럭·버스)의 전동화(電動化)’다. 중·대형 상용차는 대부분은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연비도 낮고 배기량도 커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힌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대형 상용차는 전체 차량 대비 비중은 3.5%에 불과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22.5%를 차지한다.
이에 맞서 현대자동차는 수소 대형 트럭 양산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제조사 중 유일하게 수소 대형 트럭 양산에 성공, 해외 시장에 수출도 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는 국내에도 수소 대형 트럭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전기 트럭과 수소 트럭이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주도권을 두고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는 것이다.
◇미국 테슬라, 중국 지리차도 뛰어들어…”전기차 마지막 패권 싸움은 트럭에서”
디젤 트럭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전기 트럭 보조금과 혜택이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트럭·버스 등 상용차에서 전통의 강자인 유럽 제조사들은 전기 트럭 개발·인프라 구축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볼보 트럭은 이미 2018년 유럽 각국 정부와 손을 잡고 전기 트럭을 개발해 2019년부터 제품 출시와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독일 다임러 트럭(메르세데스 벤츠의 형제 회사)은 이달 초 미국 시장 전기·수소 대형 트럭 인프라 구축에 6억5000만달러(약 7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다.
미국과 중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 승용차의 대표주자인 미국 테슬라는 전기 대형 트럭 ‘세미’ 개발을 마치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세미는 완전 충전 시 800km를 달리고, 36t 화물을 싣고도 20초 만에 시속100km에 도달한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최근 싱글 침대와 샤워실, 냉장고와 작은 주방까지 갖춘 전기 대형 트럭 ‘홈트럭’을 공개했다. 집처럼 편안한 내부와 주행이 가능한 차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전기차의 패권 싸움은 승용차 부문에서 시작됐지만, 끝은 트럭”이라며 “글로벌 핵심 회사들이 친환경 트럭 모델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 트럭 대항마는 현대차의 수소 대형 트럭
전기 트럭에 대적할 수소 트럭 양산 기술을 확보한 곳은 현대차·도요타·다임러 정도다. 현대차는 수소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2020년 출시, 지난해까지 총 140대를 스위스 시장에 수출했다. 국내에도 작년 말 물류용 수소대형트럭이 시범 도입됐다. 양산 및 출시, 운용까지 경험 있는 회사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수소 대형 트럭의 강점은 수소 탱크가 배터리보다 가볍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전기 트럭으로 수십t의 물건을 수송하려면 고출력 배터리를 많이 탑재해야 하는데, 배터리 탑재량이 늘면 트럭 무거워져 주행 거리도 짧아진다. 현재 출시된 제품 주행 거리가 300km 안팎에 그치는 이유다.
반면 수소 트럭은 가벼운 수소 탱크를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주행 거리를 1000km까지 늘릴 수 있다. 충전 소요 시간도 전기 트럭은 1시간 이상, 수소 트럭은 10분이면 끝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중국과 유럽 제조사도 전기 트럭을 생산하면서 수소 트럭 양산화 시도를 동시에 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지난달 내몽골 지역에 연간 1만대 수소 트럭 생산이 가능한 공장 착공을 발표했고, 독일 다임러도 2025년 수소 트럭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소 트럭은 수소 충전소 건설 비용이 비싸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를 고려한 선제적인 인프라와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