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시작되면서 ‘보조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이달 중순부터 올해 전기차 보조금 액수를 확정하고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접수 하루 만에 할당량이 99% 채워진 곳(경기 시흥)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 만에 보조금이 소진된 지자체(천안·아산·논산·남원·임실·순천·창원·통영·남해)도 상당수 나왔다. 이미 절반 이상 소진된 곳(울산·부천·하남·김포·청주·제천·익산·김해·거제·양산 등)도 수두룩하다. 보조금 최대 격전지인 서울은 22일 전기 화물차를 시작으로(승용차는 내달 2일)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는 급증하는데, 보조금은 해마다 축소되자 소비자들이 연초부터 보조금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하루라도 빨리 사야 이득”
최근 온라인 전기차 동호회에선 “전기차 구매 생각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계약하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보조금이 줄어들 뿐 아니라 배터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차 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진 가운데, 남들보다 먼저 계약해 차를 인도받지 못하면 올해 보조금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올해 서울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조금은 900만원으로 작년 대비 300만원 쪼그라들었다. 또 작년엔 차 값 6000만원 미만은 보조금 100%를 받았지만, 올해는 기준이 5500만원 미만으로 낮아졌다. 5990만원대에 출시된 GV60이나 벤츠 EQA는 보조금이 반 토막 나면서 소비자 부담이 400만~450만원 늘었다. 앞으로도 해가 갈수록 보조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는 올해 대당 보조금을 축소하는 대신, 지급 대상은 2배로 늘려 20만75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그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초 기준 ‘아이오닉5′의 출고 대기 물량은 4만4000대 이상, ‘EV6′ 2만여 대, ‘GV60′ 1만7000여 대로 현대차그룹 대표 전기차 세 차종 대기 물량만 8만대를 넘어섰다.
원래 전기차는 기술 발달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갈수록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차 값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처음으로 배터리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테슬라는 2019년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5239만원에 출시했지만, 수차례 가격을 올려 현재는 6159만원에 판매 중이다. 보조금도 확 줄어 실구매 가격은 2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신차 부족 사태도 전기차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한다. 중고차 값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수요가 높은 일부 전기차는 중고차 값이 신차 값을 뛰어넘고 있다.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작년에 1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4600만원에 산 아이오닉5를 최근 5100만원에 팔아 500만원 이득을 봤다”며 “올해도 전기차를 사서 나중에 좋은 값에 되팔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가격 안정화 언제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초창기이고 공정 혁신과 규모의 경제가 아직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기다리면 가성비가 더 좋은 전기차를 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배터리 가격 상승과 반도체 부족은 과도기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보급형 전기차를 한두 종씩 준비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만~2만5000유로의 전기차 ‘ID.라이프’라는 모델을 2025년 출시할 계획이고, 테슬라도 출시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2만달러대 소형 전기차 모델2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아이오닉6를 출시할 계획인데, 보조금 100% 지급 기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튬·코발트·니켈·희토류 등 전기차 핵심 소재 가격이 ‘그린플레이션’으로 급등하면서 과도기적으로 전기차 가격이 상승세에 있다”며 “하지만 배터리 재활용 등 기술 발달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안정되고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