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인 샤오펑은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 매장을 열었다. 2020년 9월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유럽에 진출한 이 회사는 이번 달 네덜란드 헤이그에 매장을 내는 데 이어 곧 덴마크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샤오펑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2만9137대에서 작년 10만1361대로 급증했다. 미 CNBC는 “샤오펑이 생산량 절반을 해외에서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국 완성차 업계의 본격 해외 진출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는 5년 전만 해도 조악한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지만, 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광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최근엔 일부 전기차 기술력에서 한국·유럽·미국 업체와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동차와 증시 전문가들도 글로벌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에 대적할 업체로 샤오펑이나 BYD 같은 중국 업체를 꼽고 있다.

아이온LX 등을 판매하는 광저우 자동차는 지난해 1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광저우 자동차

◇중국차, 올해 국내차 수출 따라잡을 듯

샤오펑 외에도 여러 중국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전기차 업체 니오는 지난해 9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매장을 열었고 올해엔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5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BYD도 오슬로에서 전기차 SUV 탕을 출시했고 아이웨이즈는 이스라엘과 프랑스에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영국과 호주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4~5년간 100만대를 밑돌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량도 지난해 2배 이상 뛴 201만5000대를 기록했다. 한국 업체들의 지난해 수출량(204만대)을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현대차 등 국내 업체가 해외 현지 생산이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빠르게 한국 자동차를 추격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중국이 수출량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전기차 기술력이다. 니오와 광저우 자동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에 달하는 전기차를 선보였고, 샤오펑은 테슬라와 맞먹는 무선 업데이트 기술을 통한 200여 기능 개선을 자랑한다. BYD는 전기차 3대 핵심 기술인 배터리, 모터, 전자 제어 장치 기술을 모두 가진 세계 유일 업체로 통한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를 내연기관 시대의 중국차로 봐선 안 된다”며 “완성차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바이두나 텐센트, 센스타임 같은 자율주행 분야 자국 IT 강자들과 손잡고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중국 화웨이의 자율주행 부문 기술력을 인정하고 수조원 단위의 인수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성장 중국차, 한국 시장도 넘봐

중국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기버스 시장에선 자칫하면 중국 업체들에 안방을 내줄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는 2838대인데 중국산 버스는 890대(31.4%)에 달한다. 중국 BYD는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1t 전기트럭을 출시하며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승용차 부문은 합작 형식으로 한국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볼보와 중국 지리차가 합작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이미 국내에 상륙했다. 전기차 폴스타2는 지난달 국내 예약 1주일 만에 4000대를 돌파했다. 지리차는 르노그룹과 손잡고 친환경 차량을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2024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최근 중국 내 현대차 판매 감소와 비교된다. 2016년 중국에서 179만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7만7282대로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엔 베이징 공장 한 곳을 매각했고 충칭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전기차 판매 업체 상위 10곳 중 6곳이 중국 회사”라며 “생산과 판매를 위한 새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