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제네시스 GV80을 타고 가다 큰 사고를 당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식사를 대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스포츠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타이거 우즈는 미국 LA 산타모니카 해변가에 있는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정의선 회장과 식사를 했다. 우즈는 해마다 이맘때 LA에서 열리는 PGA(미 프로골프협회)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주최자(호스트) 역할을 맡아왔는데, 올해 대회를 계기로 정 회장을 만난 것이다. 정 회장도 이 행사 참석차 미국에 체류중이었다.
이 자리에서 타이거 우즈는 정 회장이 일어나기 전 몰래 식사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골프대회의 후원사 역할을 하는 만큼 두 사람이 만나면 정의선 회장이 의례적으로 비용을 부담했지만, 이번엔 우즈가 식사를 대접한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결제하려고 했던 정 회장이 이 사실을 알고 “왜 그랬느냐”고 묻자, 우즈는 “고마워서”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작년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 행사 차량으로 지원된 GV80을 타고 LA 인근 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GV80은 여러 번 전복되면서 굴러 중앙분리대와 나무를 잇따라 들이 받았고, 이때 차가 공중으로 튀어올라 한번 회전한 뒤 떨어졌다. 당시 우즈는 다리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LA 경찰은 “차량 앞면, 범퍼는 완파됐지만 내부는 대체로 손상되지 않아 일종의 쿠션 역할을 했다. 자칫하면 치명적인 사고가 될 뻔 했지만, 이 쿠션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이후 우즈는 3개월간 침대 생활을 하며 재활에 전념했고 최근에는 필드에 등장해 재기 가능성을 보여줬다. 작년 12월 가족 골프대회인 이벤트 경기(PNC챔피언십)에 아들과 함께 2인1조로 참석해 준우승한 것이다. 이동시엔 카트를 타고 다녔지만, 우즈가 재활 후 풀스윙하는 영상은 전세계 화제가 됐다.
정의선 회장과 타이거 우즈는 2017년 타이거우즈재단이 제네시스 골프대회의 운영을 맡은 뒤부터 친분을 쌓아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제네시스 골프대회 개막 전 진행되는 프로암(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하는 경기) 등에서 동반 라운딩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즈는 이 때문에 제네시스 차를 타 볼 기회가 많았는데, 허리 수술을 하는 등 평소 허리가 좋지 않은 우즈는 현대차측에 “GV80을 타봤는데 좋더라. 특히 다른 차를 타면 허리가 늘 아팠는데 이 차는 편안하다”고 했고, 이에 현대차가 지난해 GV80을 행사차량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특히 교통사고를 당하기 바로 전날, 정 회장과 전화 통화도 했다고 한다. 통화에서 우즈는 GV80에 대해 “차가 굉장히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새벽, 한국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정 회장은 크게 놀라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의 사고 소식이 전세계에 전해졌을 당시 업계에선 현대차가 전세계에 차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사내 경영진과 측근들에게 “타이거 우즈든 다른 누구든, 사람이 다쳤는데 차를 홍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대차 경영진은 우즈와 연관된 홍보를 자제하라는 실무 지시를 내렸다.
우즈는 2017년부터 운영을 맡은 제네시스 골프대회와 6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지난달 대회에서도 선수로 참석은 못했지만 기간 내내 코스를 지키며 호스트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번 대회에는 남자 골프 랭킹 1~10위 선수가 모두 참여했는데, 우즈가 상당한 역할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대회 직후 열린 ‘혼다 클래식’ 골프대회에는 최상위권 선수들이 모두 빠져 대비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