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솔라스테이션내 전기차 충전소./전기병 기자

전기차 차주 김모씨는 최근 접촉 사고 후 차량 수리 내역서를 받고 기겁했다. 그냥 살짝 부딪힌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제조사 AS센터에선 “충전 모듈에 충격이 왔다”며 1000만원 가까운 수리비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차량 수리 기간도 내연 기관차의 2배가 넘는 한 달”이라며 “안 그래도 비싼 보험료 인상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전기차 정비나 수리 때문에 애를 먹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수리비와 보험료도 비싼 데다 전기차를 맡길 수 있는 정비소도 부족해, 사고가 날 경우 비용과 시간 면에서 막대한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일수록 이런 고충은 더욱 커진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운전할 때 수입차보다 전기차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 살짝 부딪혔는데 수리비 1000만원… 수리비도 보험료도 비싼 전기차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는 적지만 부품 단가와 수리비는 훨씬 비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전기차의 평균 수리비(2020년 12월 기준)는 237만원으로 내연기관차(181만원)보다 31%나 많이 든다. 전기차 평균 부품비도 146만원으로 내연기관차(97만원)보다 50%가량 비싸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모듈이 외장 부품에 연결돼 충격에 손상되기 쉽고,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손상이 크지 않더라도 신품으로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높은 수리비는 비싼 보험료로 연결된다. 자동차 보험료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사고 시 손상 가능성, 수리 비용이 함께 고려된다. 내연기관차인 벤츠E클래스(6700만원)와 전기차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6979만원)는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연간 보험료는 테슬라 모델3가 50만원가량 더 비싸다. 보험개발원이 손상 가능성과 수리비 등을 추산해 매겨놓은 등급에서 차이가 큰 탓이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수리비가 비싼데 테슬라 모델3는 5등급, E클래스는 13등급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7등급에서 올해 5등급이 되면서 보험료도 그만큼 올랐다.

그런데도 보험 업계는 전기차의 높은 수리비로 인해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 등으로 인한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며 보험료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한 대당 보험사 손해율이 매년 상승해 지금은 내연기관차보다 10%가량 높다는 것이다. 한 테슬라 차주는 “보험 갱신 때 보험료가 올라 문의하려 보험사에 전화를 했더니 ‘다른 보험사 상품을 알아보라’고 할 정도로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비소 턱없이 적고, 부품값 비싸고, 보험료도 높아… 지방 차주들 수리는 어디서

전기차 차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불편은 정비소 부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만7828대를 판매한 테슬라의 경우 전국에 서비스 센터가 단 8곳뿐이다.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한다지만 물리적인 정비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 중소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차량 경고등이라도 뜨면 난감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다.

내연 기관차의 경우 전국 4만여 개 자동차 정비소가 있지만 전기차는 이런 사설 정비소 이용이 쉽지 않다.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곳이 전체 정비소의 3%가량밖에 안 되는 데다, 배터리나 변속기 등 전기 계통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곳은 많지 않다. 전기차 정비 경험이 전무한 정비사들도 부지기수다. 지방의 한 전기차 차주는 “경고등이 들어와 사설 정비소에 들렀는데 고압 전류 등을 거론하며 정식 센터로 가라고 하더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정비소를 3300개로 확대하고, 전문 인력 4만6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력 양성을 위한 양질의 교육기관과 인력 역시 부족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학의 교과과정 개편이나 교재 마련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된다”며 “내연기관차 정비 인력의 일자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