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니켈 가격이 한때 t(톤) 당 5만5000달러(6700만원)까지 치솟아 전일 대비 90% 상승하는 등, 주요 광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은 2007년 기록한 최고가(5만1800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까지 올랐다가, 현재 4만6000달러 선까지 다시 내려왔다. 이외에도 구리(t당 1만1800달러), 알루미늄(t당 4000달러) 등 주요 원자재 모두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연이어 오르면서, 전기차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배터리 가격이 처음으로 상승 추세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리튬 가격은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는 추세였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 경제 제재까지 맞물리면서 배터리 생산 비용도 증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업체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는 원자재 비용이다. 핵심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원자재 가격도 불안정해졌다. 예컨대 러시아 광산업체 노르니켈은 EV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순도 1등급 니켈의 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업체다.

파나소닉의 리튬 이온 배터리 /로이터연합뉴스

배터리 비용의 상승은 자연스럽게 전기차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재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비싸다. 리서치회사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는 평균 6만3000달러에 판매됐는데, 이는 전체 차량 평균인 4만6000달러보다 35%가 비쌌다. 좋은 연비를 감안하더라도 전기차가 현재 가격보다 비싸지면 시장경쟁력을 잃게 된다. 전기차 가격이 뛰어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갭이 더 벌어진다면, 전기차 수요도 줄게 된다.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와 테슬라의 세단 모델S.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전기차 회사들도 가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전기차제조사 리비안은 이달 초 주요 모델 가격 20% 인상을 발표했다가, 예약 고객들의 연이은 예약 취소와 비판에 이틀만에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테슬라도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고 있다. 작년말 가장 하위 모델인 모델3 가격이 200만원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820만원이 올랐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20년 “테슬라가 2만5000달러(약3000만원)짜리 저렴한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1월 현재로서는 이 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2만5000달러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다”며 “언젠가는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기차 가격 줄이기가 예상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