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국 본토 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자 도시 봉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2월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전역이 봉쇄되면서 중국산 부품을 구하지 못해 자동차 공장들이 문 닫았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2년 전과 달리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발 공급망 충격이 더해져 상황이 더 심각하다.
중국 신화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이 많은 지린성 창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 제조업의 메카 광둥성 둥관시가 지난 11일부터 잇따라 ‘록다운’(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한 사람의 확진자도 용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 중인 중국은 지난 12일 중국 본토 감염자가 2020년 3월 말 이후 최다인 3393명이 나오자 봉쇄 지역을 넓히고 있다. 창춘시와 선전시 시민은 13일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리에 나오지 못한다. 2020년 1~4월 우한에 내려진 봉쇄와 같은 수준이다. 상하이나 베이징에선 감염자가 나온 건물이 통째로 봉쇄되고 있다.
◇현대차, 와이어링하니스 악몽 재현
현대차는 중국 산둥성에 있는 협력업체들의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공장이 9일부터 문을 닫으면서 제네시스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15일 울산2공장은 제네시스 차세대 전기차인 GV60과 이달 출시 예정인 GV70 전기차, 준대형 SUV인 GV80 생산량을 계획 대비 30% 줄이는 감산에 돌입했다. 컨베이어벨트 곳곳이 비어 있는 상태로 돌리는 ‘공피치’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남은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다음 주에도 중국의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중국산 와이어링하니스 공급이 끊겨 공장을 수시로 닫았다 열었다 하면서 한 달의 절반 정도는 생산 라인을 돌리지 못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2년 전 비슷한 피해를 봤던 쌍용차 관계자는 “와이어링하니스 협력사가 중국 산둥성 북방에 위치해 아직 봉쇄되지 않았지만, 언제 부품이 끊길지 몰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년 전 그랬던 것처럼 중국 현지 공장을 잇따라 멈추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도요타는 창춘시에 있는 공장 가동을 14일부터 중단했다.
문제는 공급망 붕괴 상황이 2년 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각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는 2020년 12월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족난으로 수시로 공장 문을 닫고 감산을 반복해야 했다.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러시아에 공장을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들(현대차·르노·폴크스바겐·도요타)이 현지 공장을 무기한 가동 중단했다. 대(對)러시아 제재로 현지 부품 조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BMW·폴크스바겐·포르셰 등 유럽 업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아 온 와이어링하니스가 끊겨 유럽 주요 공장 문도 닫고 있다. 러시아발 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소재 가격 상승 또한 자동차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년 전 수준으로 회귀 중인 자동차·전기차 주가
완성차 업체들과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의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5일 현대차는 16만3000원에 마감해 연초 대비 23% 하락했다. 현대차 공장이 중단되면 똑같이 공장을 세워야 하는 현대모비스 역시 연초 대비 20% 하락했다. 두 기업 모두 1년 7개월 만의 신저가다.
급속한 전기차 전환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급등했던 전기차 배터리 업체 주가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상장 후 5거래일 만에 공모가의 2배에 가까운 54만8000원까지 올랐지만, 15일 35만9500원까지 떨어져 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러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니켈 가격이 폭등하는 등 원자재 값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배터리 업체에 부담이 커지고 완성차 생산 차질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도 고전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최근 한 달간 주가는 2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