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중소기업벤처부가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향후 중고차 시장과 판매 방식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사업 개시 시점은 미정이지만, 준비해왔던 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연내에는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공개한 중고차 판매업 사업 방향에서 ‘5년 이내이면서 10만km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를 200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거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특히 ‘매입’에 관해서는 타사 브랜드나 연식이 오래된 차라도 모두 다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입에 관해서는 과거에도 규제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고객의 편의를 위해 어떤 차든 다 매입해 ‘인증 중고차’로 판매할 차만 남기고, 나머지는 경매 시장이나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차를 살 때, 기존 차를 누구한테 팔아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어지고 편리해진다. 또 현대차는 휴대폰 보상 판매처럼 기존 차를 자사에 팔면 신차를 할인해주는 ‘트레이드인’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고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360도 VR(가상현실) 기능을 구축해, 중고차 상태를 실제로 보는 것처럼 자세히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해 시트의 질감과 타이어 마모도와 같은 촉감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눈으로 확인이 안되는 차에서 나는 냄새나 흡연 여부 등 후각 정보까지도 평가해서 알려준다. 차량 엔진소리 등의 청각정보와 함께 가상 시승 화면까지 제공하는 ‘오감정보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오프라인 딜리버리 타워를 무인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온라인 중고차업체 카바나가 운영하는 중고차 자동판매기 같은 대형 타워를 세운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차를 직접 둘러볼 수 있고, 앱으로 구매하면 곧바로 출고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국내 최고수준의 중고차 품질검사와 인증을 위해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와 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에서는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갖추게 된다. 정밀진단 후 정비와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침수차를 보험처리 하지 않고 개인 정비를 받으면 보험 기록에 남지 않아 감쪽같이 멀쩡한 차로 둔갑시켜 판매할 수 있었지만, 현대차가 200가지 항목 품질검사를 하면 침수차는 물론 사소한 하자까지도 걸러낼 수 있다”며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고객 입장에선 자신의 중고차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차값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높게 평가 받으면 자연스럽게 신차 값도 높게 책정할 수 있게 된다.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차, 쌍용차도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 준비할 여력이 없어 현대차보다는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판매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모션,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고차 매매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입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현대차는 그러나 “헤이딜러 등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독점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