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벤처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허용하자, 가장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현대차는 18일 “그동안 준비해왔던 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연내에는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렌터카 사업을 하는 롯데렌탈도 이날 “하반기부터 중고차 소매 판매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중고차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믿고 살 중고차 많아진다

대기업 진출이 허용되면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믿고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구매 후 5년 이내이면서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을 200항목 품질 검사를 거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판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다. 360도 VR(가상현실) 기능을 구축해 차 상태를 실제로 보는 것처럼 자세히 보여줄 예정이다. 현대차는 “초고화질 이미지로 시트의 질감과 타이어 마모도까지 보여주고, 차에서 나는 냄새나 흡연 여부도 공개하는 한편,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상 시승 화면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거점에는 ‘무인 딜리버리 타워’도 세울 예정이다. 미국 온라인 중고차업체 카바나가 운영하는 ‘중고차 자동판매기’같은 것으로, 여기서는 차를 직접 시승해볼 수 있고 앱으로 구매하면 곧바로 출고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매입한 차량의 정밀 진단·정비·상품화를 위해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약 5만대의 중고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발표한 롯데렌탈은 회사가 장·단기 렌터카로 활용하던 차량을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매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렌터카들은 통상 차령 3~5년 차 정도에 중고차로 매각되는데, 그동안 롯데렌탈은 해마다 5만~6만대에 달하는 차를 자사 자동차 경매장인 롯데오토옥션에 넘겨왔다. 앞으로는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200가지 항목 품질 검사를 하면 침수차는 물론 사소한 하자까지도 걸러낼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인증하는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기존 케이카·오토플러스 같은 중견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판매 사업도 함께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 케이카 주가는 3.8% 상승 마감했다.

한국GM·르노코리아차·쌍용차도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영상 어려움으로 아직은 구체적인 사업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값은 오른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입 때 타사 브랜드나 연식이 오래된 차라도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어떤 차든 다 매입해 ‘인증 중고차’로 판매할 차만 남기고, 나머지는 경매 시장이나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로 넘긴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고객이 기존 차를 팔면서 신차를 사면 할인해주는 ‘트레이드인(보상 판매)’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원스톱으로 차를 사고 팔 수 있고, 자신의 중고차 가격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진출이 결국 차 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고차 잔존 가치가 높아지면, 신차 가격도 높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 사무국장은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저렴한 매물들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저가 매물을 찾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허위 매물 미끼 범죄가 오히려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