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재판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테슬라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식으로 홍보해온 오토파일럿(자율 운행) 기능의 오작동 여부가 핵심 타깃이다. 그동안 규제 당국의 오토파일럿 기술에 대한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오토파일럿 기술 자체의 결함을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18일 미국 플로리다 법원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테슬라 차량 운전자의 가족이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기술 결함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제기한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사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테슬라 모델3를 몰았던 택시 기사가 현지 프랑스 검찰에 테슬라를 상대로 고소장을 최근 제출했다. 작년 12월 그가 타고 있던 택시가 정지 상태에서 급발진해 인도를 덮쳐 1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택시 기사는 테슬라 차량의 오작동 때문에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목적지를 찍으면 차선 변경·추월·신호에서 정지 등 다양한 동작을 차량 스스로 수행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홍보와 달리, 오토파일럿의 결함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잇따랐다. 실제로 NHTSA(미국도로교통국)는 오토파일럿 오작동이 의심되는 교통사고 12건을 보고받고, 76만5000대의 테슬라 차량에 대한 안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주장은 그동안 법정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국의 조사에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데다, 테슬라의 항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 9일에도 오토파일럿 기능의 안전성을 문제 삼는 미 의회에 ‘사람보다 더 안전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냈다. 답변서는 ‘2021년 4분기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을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694만km마다 1건이 발생한 반면, 일반 차량은 78만km마다 1건이 발생(미국 국가통계 인용)했다’는 내용이었다. CEO인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사고 발생 확률은 다른 차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오토파일럿 기능이 고속도로에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전체 차량과 비교하기 어렵다며, 통계의 함정이라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