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최근 1년간 ‘미래차 전략’을 앞다퉈 내놨다. “테슬라 타도”를 외치며 전기차 전환에 앞장서던 업체들(GM·벤츠·볼보 등)뿐 아니라, “아직은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업체들(도요타·BMW 등)까지 이제는 모두 “전기차 시대는 불가피하다”며 대대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가 핵심 전략을 모두 공개하면서 이제 ‘로드맵 경쟁’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판이 짜이는 미래차 전쟁에서 진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현대자동차가 작년 11월 LA 오토쇼에서 공개한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은 3.2m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확보해 실내 공간이 여유롭고, 비행기 비즈니스석 같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대형차임에도 완충시 주행거리가 482km에 달하고, 초급속 충전시 20분 이내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 차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아이오닉7′이 내후년 출시되면, ‘대형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제공

◇전기차 신중파도 돌아섰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3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존 계획을 과감히 수정한 전기차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율을 30%에서 36%(187만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기아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87만7000대에서 120만대로 높였다. 현대차·기아를 합치면 2030년 307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작년 12월 전기차 판매 목표를 당초 2030년 200만대에서 350만대로 변경해 화제가 됐다.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던 도요타가 태세를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역시 전기차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BMW 역시 2030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인 연 100만대를 전기차로 팔겠다고 했다.

▲ 도요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렉서스 전기 스포츠카, GM이 올해 양산을 시작하는 전기 픽업트럭 ‘GMC 허머EV’, BMW가 올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고성능 SUV인 ‘BMW XM’의 콘셉트카.(위부터) /도요타·GM·BMW 제공
▲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1월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는 완충시 주행거리 1000km(유럽 기준)에 달하는 차세대 전기차다. 마세라티는 내년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를 출시하며, 포르셰는 전기차 타이칸의 최상위급 모델인 ‘타이칸 GTS’를 하반기 국내 출시한다.(위부터) /메르세데스벤츠·마세라티·포르쉐 제공

전기차 급진파인 GM은 2035년 모든 차를 전기차로 판매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부터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본격 쏟아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작년 7월 ‘전기차 퍼스트’가 아니라 ‘전기차 온리(only)’ 전략으로 전환하며 2030년 전기차만 팔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 합병의 시너지를 활용해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5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르노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도 90%로 끌어올리고, 유럽에서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볼보자동차는 2030년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며, 마세라티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공급망 관리가 관건

그렇다면 미래차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2가지 핵심 요인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먼저 자동차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자동차가 ‘달리는 컴퓨터’가 되어가면서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의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주도해온 소프트웨어 혁신은 기존 완성차업계에도 본격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내비게이션과 소모품 점검 일정을 업데이트해주는 것을 넘어, 차량 브레이크·조향·자율 주행 성능 등 하드웨어 기능까지 ‘무선 업데이트(OTA·Over The Air)’로 개선해주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올 커넥티드 카’를 구현해 늘 새로운 차를 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하드웨어 무선 업데이트를 위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인 ‘MB.OS’를 독자 개발 중이며, GM 역시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를 개발 중이다.

갈수록 꼬여가는 공급망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승부를 가를 열쇠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시작된 공급망 붕괴는 지난해 반도체 부족난,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추가되며 점입가경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 차질이 일상화되고 원자재 값은 급등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의 주원료(니켈·코발트·리튬 등) 가격이 폭등하면서 완성차업체의 미래차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자재 값 상승분을 차 값에 반영하는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결국 설계와 공정 혁신으로 원가 절감에 성공한 업체가 미래차 전쟁의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