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 모습. 충전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영업 비용이 상승하면서, 일부 업체는 적자를 면하기 위해 저가 부품을 쓴 충전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김아사 기자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10만여 대인 충전기 규모를 2025년까지 50만대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충전기 관련 시장 규모도 현재 4000억원가량에서 3조원 안팎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전기차 충전에 따른 수수료 수입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카카오 등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설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100가구 이상 아파트의 경우 2025년까지 주차 공간 4% 이상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안이 추진 중인데, 30여 개 충전 업체가 이 수주를 위해 공짜 설치 등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중소 업체 중심이던 충전기 시장, 대기업도 관심

올 초 롯데정보통신은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인 중앙제어 지분 71.14%를 690억원에 인수했다. GS에너지도 지난해 충전 서비스 사업자 지엔텔과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설립하고, 지엔텔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권을 사들였다. 사모펀드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는 충전기 제조사 모던텍에서 147억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인수했다. SK는 지난해 충전 기업 시그넷이브이 지분 55.5%를 293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미국 충전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등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도 환경부가 관리하는 전기차 충전소 관련 데이터를 각각의 플랫폼과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각 플랫폼에서 충전기 위치, 상태 정보, 운영 시간, 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타코프, 에스트래픽, 차지비,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충전 업체 6곳과 자사의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 동맹을 결성했다. 이피트 앱에 가입하면 이 업체들의 충전기를 검색하고 비용 결제도 할 수 있다.

◇영업 비용이 충전기 가격과 맞먹어

일각에선 업체 간 치열해진 경쟁 탓에 부작용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과도한 영업비 문제다. 충전 업체가 설치 과정에서 영업 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설치 계약을 따내는 데, 한 대당 영업비가 충전기 가격만큼 커진 것이다. 실제 본지가 충전기 업체에 의뢰해 가장 많이 쓰이는 7㎾(킬로와트) 완속충전기의 설치 비용을 점검해보니, 충전기 가격은 50만~70만원, 설치 공사비 70만원, 한전에 내는 시설 부담금 45만원, 영업비는 30만~50만원으로 총 설치 비용은 195만~235만원가량이었다.

영업비가 계속 높아지자 일부 업체는 공사 비용을 줄이거나, 충전기에 중국산 저가 부품을 넣어 제품 단가를 깎으며 손해를 만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커뮤니티엔 수일~수주간 고장 난 채 방치되는 충전기에 대한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민간이 설치한 충전기의 경우 충전기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환경부나 한국환경공단이 세세하게 관리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160만원인 충전기 한 대당 보조금을 더 낮춰 자생력이 부족한 업체를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거나 사용자들에게 충전 비용을 직접 할인해주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