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국내에 대규모 양산차 공장을 신설한다. 1997년 경기도 화성 3공장을 완공한 지 25년 만이다.

24일 기아에 따르면,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PBV(목적기반차량, Purpose Built Vehicle) 전용 공장을 구축하기로 하고 일정 검토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 초 착공해 2024년 말 완공한 뒤 2025년부터 전기차 기반 PBV를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간 수십만대 규모 공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PBV는 화물 배송용 밴이나 이동형 사무실 등 기업들의 다양한 목적에 맞게 맞춤형 제작을 해주는 차량으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할 핵심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기아차 근로자가 소하리 1공장에서 스팅어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그동안 현대차·기아는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국내 투자를 꺼려왔지만, 기아가 미래 자동차 시대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는 2013년 광주 공장을 연산 50만대에서 63만대로 증설한 적은 있지만, 신설은 없었다. 현대차도 1996년 아산 공장을 끝으로 국내 공장을 새로 짓지 않다가 지난해 완공한 위탁 생산 공장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 화성에 내년 착공 2024년말 완공

기아가 개발 중인 PBV 외관은 차체 길이가 4~6m 정도인 박스 형태다. 차체를 움직이는 하부와 사람과 사물을 싣는 상부로 나뉜다. 상부의 설계나 디자인을 바꾸면 맞춤형 차량이 된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내부를 이동형 사무실이나 카페, 음식점, 세탁소, 약국, 호텔 등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어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초소형부터 대형까지 개발해 어떤 용도로든 다재다능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25%는 PBV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간 2000만대 규모 시장이 탄생한다는 의미다. 스마트 도시 등에서 자율주행 셔틀 운행이 대중화되면, 많은 사람이 개인 승용차보다 PBV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아는 화성에 연산 총 60만대 규모의 1~3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PBV 공장은 화성 공장 부지 내에 짓는 4공장이 된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PBV 판매량 150만대를 달성, 글로벌 PBV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M 산하 스타트업인 브라이트드롭은 최근 미국 월마트 및 페덱스 등과 맞춤형 배송용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도요타도 ‘e-팔레트’라는 이름의 PBV를 개발 중으로, 도요타가 후지산 인근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스마트 시티 ‘우븐 시티’에 투입해 주요 이동 및 물류 수단, 상업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