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이르면 다음 달, 서울 강남구에서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라이드’ 시범 운행에 나선다. 로보라이드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연구진들이 전기차 ‘아이오닉5′를 라이다·레이더·카메라 같은 센서를 달아 개조한 ‘자율주행 4단계’ 차다. 강남대로·테헤란로가 포함된 20k㎡ 구역 내에서 어디서든 호출 앱으로 로보라이드를 부르면 무료로 타볼 수 있다. 로보라이드는 스스로 신호를 지키며 좌회전·우회전을 하고,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면 멈추는 등 돌발상황도 스스로 대처한다. 비가 오는 날(강수량 4㎜ 이내)이나 캄캄한 밤에도 달리고, 안전을 고려해 시속 70~80㎞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1~2년간 주행 데이터를 축적해 이르면 내년 말 유료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심 자율주행’으로 불리는 4단계 기술이 올해 ‘서비스’로 구현된다면, ‘고속도로 자율주행’으로 불리는 3단계 기술은 양산차에 본격 적용된다. 현대차는 하반기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에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고속도로에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눈도 잠시 뗄 수 있는 수준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차가 알아서 차로를 변경하고 출구를 찾아 나간다. 꿈의 기술인 자율주행 시대가 서서히 막이 오르는 것이다.
◇ 돌발상황도 대처하는 도심 자율주행 ‘무인 택시’ 현실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자율주행차에 운전대와 페달 등 수동제어장치를 의무화한 규정을 없앤 새 규정을 발표했다. 기존 안전 규제만 충족하면, 운전대 없는 차가 도로를 달려도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운전대·페달이 없는 박스형 자율주행차 ‘크루즈 오리진’을 올해 말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크루즈는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밤 10시~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최고 시속 30마일(약 50㎞)인 무인 택시로 운영되고 있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최근 이 택시 뒷좌석에 직접 타본 뒤 “달에 다녀온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택시’를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웨이모는 애리조나주 한적한 교외에서 무인 택시를 유료로 운영해왔지만, 이제 샌프란시스코의 심한 언덕과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도요타와 미국 자율주행기업 오로라는 자율주행 밴을 이용한 ‘공항 픽업’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양사는 23일(현지시각) 도요타 시에나 밴을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로 텍사스 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4단계 기술이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현재 업체들은 악천후나 야간 주행, 복잡한 도심 주행에서의 실수를 줄이고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레벨3 양산차 시대
개인이 구매가 가능한 양산차에는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이 본격 적용된다. 현대차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독일에서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 기술을 승인 받았다. 현지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 시속 60㎞ 이하로 자율주행이 가능해,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영화를 감상하거나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벤츠는 상반기 내에 3단계 기술이 탑재된 S클래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BMW는 하반기 출시할 7시리즈 완전변경 모델에 3단계 기술을 탑재한다. BMW는 그동안 독일 ‘BMW 자율주행캠퍼스’로 불리는 연구시설에서 모빌아이·인텔 등과 함께 3단계 기술을 개발해왔다. 볼보는 하반기 미국에서 생산하는 대형 전기SUV에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유시복 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센터장은 “자율주행차로 돈을 버는 ‘상업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025년쯤엔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널리 확산되고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도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3단계·4단계
자율주행 3단계는 고속도로 같은 제한적인 환경에서 차가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고 출구를 찾아나갈 수 있는 단계로 돌발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한다. 4단계는 복잡한 도심에서도 자동차가 모든 주행을 책임지는 단계로 돌발 상황에서도 스스로 대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