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그룹이 2020년대 말까지 최소 100개에 달하는 내연기관차 모델 60%를 줄이고,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국민차’로 출범한 폴크스바겐조차 이제 대중 자동차보다는 프리미엄 차량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완성차업계는 반도체 부족 등으로 생산 차질이 일상화되자, 매출이나 판매량보다 ‘수익 중심’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르노 안틀리츠 폴크스바겐 CFO는 FT에 “향후 8년 동안 유럽에서 여러 브랜드의 100개 모델로 구성된 디젤과 가솔린 차량 라인업을 60% 줄일 것”이라며 “핵심 목표는 판매 성장이 아니다. 이제 양과 시장점유율보다는 품질과 이익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1946년 폴크스바겐 비틀의 1000번째 차량 출고식. 운전석에 당시 폴크스바겐 공장 운영을 맡았던 영국 육군 장교 이반 허스트가 타고 있다.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독일어로 ‘국민 자동차’라는 뜻으로, 1933년부터 아돌프 히틀러가 주도한 국민차 프로젝트에 의해 1937년 설립됐다. 히틀러는 자동차 대중화를 주창했지만, 사실상 군용 차량 제작 목적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1939년 발발된 2차 대전 이후인 1945년 영국군이 폴크스바겐 공장을 점령한 뒤부터 자동차 보급이 본격 진행됐다. 유럽의 첫 대중차로 기획된 비틀은 1955년 100만대 생산을 달성했다.

◇ “양적성장 시대는 갔다... 품질·이익에 집중”

이런 역사 때문에 폴크스바겐은 수십년간 ‘볼륨 성장’을 지향해왔다. 특히 2018년까지 마틴 빈터콘 전 폴크스바겐 사장 체제 하에 있던 폴크스바겐은 연간 1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고, 도요타를 넘어선 판매 1위가 되는 것에 집착했다.

그러나 미래차 대전환이 진행중인 현 시점에 내연기관차의 판매 증대는 큰 의미가 없으며, 향후 미래차 투자금 확보를 위해 내실 있는 사업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에서 전기차 'ID.3'가 생산되는 모습./폴크스바겐그룹 제공

이런 흐름은 완성차업계에 이미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평년 대비 훨씬 적은 수의 차를 팔았지만,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폴크스바겐그룹 역시 작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8% 줄었지만, 아우디·포르쉐·람보르기니 같은 고급 모델 판매 강화로 영업이익이 451% 증가한 25억유로에 달했다.

안틀리츠 폴크스바겐 CFO는 “고정비용을 줄임으로써 물량에 덜 의존하게 됐고, 남는 수익을 소프트웨어 개발과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는 평소 테슬라와 경쟁해 이기려면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