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신차 평균 가격이 전년(3949만원) 대비 471만원 오른 4420만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신차 평균가가 4000만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치솟는 자동차 가격이 인플레 확산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고가의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내연기관차 가격도 덩달아 인상하면서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극화 심화로 수입차와 초고가 수퍼카 판매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린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그래픽=송윤혜

◇전기차가 인플레 주범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173만5000대)는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자동차 판매 총액은 전년 대비 증가(+1.8%)했다. 차량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차량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였다.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높은 전기동력차(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 판매 비율은 지난해 16.9%로 전년 대비 6%포인트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가 늘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전기차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완성차 메이커들이 너도나도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뛰어들면서 니켈·리튬 같은 전기차 핵심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카플레이션은 올 들어서도 고삐가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는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각각 약 1000만원씩 인상한 데 이어 올 들어 500만~600만원을 추가로 올렸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을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2000만원 이상 높게 책정하고 있다. 현대차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최저 가격(4695만원)은 투싼보다 2260만원 비싸고, 한국GM의 볼트EUV(4490만원)는 트레일블레이저보다 2531만원 비싸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내연기관차보다 1000만원 정도는 더 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내연기관차 가격도 대폭 인상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는 작년 말 싼타페 시작 가격을 최대 240만원 올렸고, 가성비 좋은 모델로 통하는 아반떼도 최근 296만원 올렸다. 또 지난달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C클래스 가격을 상위 모델인 기존 E클래스 최저 가격(6700만원)과 비슷한 6150만~68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런 고가 정책 덕분에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 이익을 냈다. ‘캐시카우’인 내연기관차 가격을 올려 전기차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송윤혜

◇수입차·수퍼카 최대 호황도 반영

고가 수입차들이 호황을 누린 것도 자동차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체 내수 판매는 감소했지만,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증가(2.3%)하면서 역대 최대(30만9000대)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 한 수입차 시장점유율도 32%로 사상 최고였다. 업체들이 최근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며 고가의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집중 출시하면서 차량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을 60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내렸다. 가격 인하를 유도한 것이지만 효과는 없었다. 지난해엔 5999만원이라는 가격에 맞춘 전기차들(벤츠 EQA·테슬라 모델3)이 등장했지만, 올해는 보조금을 100% 다 받지 못하는 6000만원 이상 차량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한 대 가격이 평균 4억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수입차(벤틀리·페라리·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 판매도 지난해 전년 대비 25% 늘어난 1542대로 역대 최대였다. 이 중 85%는 법인·사업자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