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내년까지 총 3000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SK온은 조지아주에 포드 합작과 별개로 2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립 중이다. 내년 완공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엔솔)·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캐나다에서 2025년까지 합작 또는 독자 건립 형태로 총 42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립에 나선다. 배터리 공장 22GWh 규모당 3000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약 6만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다.

미 유타대 공대 졸업반인 유학생 이영휘씨는 “GM은 ‘얼티엄셀즈’, 포드는 ‘블루오벌SK’라는 이름의 한미 합작 공장을 추진하며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며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큰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이 급증하는 ‘일자리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쇠퇴하는 내연기관차 산업은 일자리 감소로 고통받고 있지만, 새로 뜨는 산업에선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전기車 배터리 구인난, 기업마다 인재 급속충전 경쟁

북미뿐 아니다. 유럽에서도 폴크스바겐·BMW가 각각 6개, 5개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배터리 공장 건립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구·기술 인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는 연구·기술직 빅뱅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국내에서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생산 기술·품질) 채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공장은 선진 기술을 먼저 개발·적용하는 ‘마더 팩토리’ 역할을 하는 데다, 해외 공장 건립 시 초기 설비 구축과 현지 직원 교육을 위해 파견할 엔지니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신산업이라 경험 있는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공대 나왔으면 그냥 뽑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배터리는 셀 제조·개발을 위한 화학·재료공학 전공자뿐 아니라, 배터리 시스템 매니징(관리)에 필요한 전자·컴퓨터 공학, 모듈·팩 과정을 위한 기계공학 등 전 분야 공학 전공자가 필요하다. 해외 공장 설립 시 부지 선정과 공장 건립에 필요한 건축·토목공학 전공자, 심지어 부동산업 경력자도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국내 인력을 크게 늘렸다. LG엔솔은 2020년 말 출범 당시 7524명이던 직원 수를 1년 만에 2040명 더 늘렸다. 작년 10월 1400명으로 출범한 SK온은 반년 만에 500명을 추가 채용했다. 향후 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LG는 대전·과천·마곡에 이어 수도권에 추가 연구 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고, SK는 대전에 이어 부천에 연구소를 짓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 운영에 필요한 보안·청소·급식 분야에서도 상당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며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를 만들려면 배터리를 알아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배터리 전문 인력을 대거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배터리 3사와 현대차는 최근 서울대·카이스트 등 유수 대학들과 채용을 전제로 한 석·박사 산학 협력 과정을 경쟁적으로 신설하고 있다.

◇생산직 증가는 한계… 과감한 전기차 전환 필요

국내 배터리 3사와 완성차업체들이 국내에는 신규 생산 공장 건립을 꺼리고 있어 생산직 분야에서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힘든 구조다. 배터리업체들은 물류비를 고려해 완성차업체가 가까이 있는 곳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업체들 역시 국내 전기차 수요가 아직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은 LG의 오창 공장 5GWh 증설 계획이 전부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보다 과감하게 전기차 전환에 나서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영국 경제 컨설팅 전문 기관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는 한국이 2030년 내연기관차를 중단하면, 2020년 대비 일자리 4만개가 더 생기는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이 2035년으로 늦춰지면, 2030년 일자리 증가가 2만6000개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과감한 사업 전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낫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