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다. 테슬라는 1분기에 매출 187억5600만달러(약 23조2066억원), 순이익 33억1800만달러(약 4조960억원)를 기록했다고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1%, 순이익은 무려 658% 올랐다. 매출은 미국 증권 업계 전망치(178억달러)보다 5%가량 많았다. 실적 발표 후 미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5% 넘게 올라 1031.1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이 7배 급증한 데는 최근 차량 가격을 잇달아 올린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6999만원이던 테슬라 모델Y롱레인지 국내 판매가는 최근 8649만원까지 올랐다. 미국 판매가도 같은 기간 5만달러에서 5만7940달러로 치솟았다. 테슬라는 다른 주요 차종 가격도 수차례 올렸다. 크레이그 어윈 로스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차량 가격 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플레이션을 능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테슬라는 최근 1분기 미국 시장에서 31만48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작년 1분기(18만4800대)보다 67.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GM(-20.4%), 도요타(-14.7%), 스텔란티스(-13.6%), 현대·기아차(-3.7%)가 일제히 판매량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기가 캐스팅 등 제조 과정 혁신에선 수년을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돼 한동안 독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배터리 등 가격 상승 압력에 대한 대응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테슬라의 원가절감 성과다. 테슬라는 매출에서 원가의 비율을 나타낸 매출원가율이 1분기 7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83.4%)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낮아진 건데 그만큼 자동차 생산 비용이 줄었다는 뜻이다. 도요타(80.3%), 현대차(83.6%), GM(86%) 포드(88%) 등 다른 업체보다 월등한 수치다.

원가절감은 틀을 통해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기가 캐스팅’ 등 제조 방식 간소화 덕분으로 분석된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차체를 조립하고 이어붙이는 방식을 써 왔다. 차량 하부(언더보디)만 70개 부품을 용접해야 하고, 차량 전체엔 5000여군데 용접이 필요했다. 테슬라는 6000t의 힘을 가할 수 있는 기가 프레스 기계가 자동차 앞뒤 차체 부분을 통째로 찍어내 제작 과정을 대폭 줄였다. 무게만 420t에 달하는 기가 프레스는 로봇팔 300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가격이 20%가량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것도 원가절감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